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지난해 2월 취임 이후 줄곧 매파 정책 기조를 고집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금리인하 움직임이 주식시장의 기류를 돌려 놓았다.
이른바 ‘파월 풋’이 가라앉는 주가에 동아줄을 제공한 셈. 무역전쟁 재개에 밸류에이션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발생한 저가 매력이 맞물리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사자’가 이틀째 이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본부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하지만 연준이 실제로 금리인하를 단행한다 하더라도 주식을 포함한 자산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 통화정책 완화에 비해 제한적일 것이라는 회의론이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 번지고 있다.
5일(현지시각) 장중 다우존스 지수는 20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전날 금리인하를 시사한 파월 의장의 발언이 이틀 사이 지수를 600포인트 넘게 밀어 올린 셈이다.
시장조사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12개월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한 S&P500 지수의 밸류에이션은 15.7배. 지난달 초 약 17배에서 상당폭 후퇴한 수치다.
밸류에이션 부담 저하는 ‘파월 풋’에 대한 기대와 맞물려 투자자들의 매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하지만 주가 상승 기류의 영속성에 대해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월가 투자은행(IB) 업계에서 힘을 얻는 모습이다.
2015년 말 연준이 제로금리 정책을 종료한 뒤 9차례에 걸쳐 금리인상을 단행했지만 여전히 과거 평균치에 비해 금리가 낮은 수준이고, 이 때문에 통화완화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캘리포니아 소재 아메리칸 센추리 인베스트먼트의 리처드 와이스 최고투자책임자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연준이 금리인하를 4%에서 단행하는 것과 2.5%에서 실시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며 “연준이 실제로 연내 금리를 내리더라도 과거와 같이 강력한 자산 인플레이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파월 의장이 전날 시카고에서 가진 연설에서 무역전쟁 속에 미국 경제의 확장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적절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지만 연준의 경기 부양 능력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됐다.
모간 스탠리는 보고서를 내고 “현재 경기 사이클과 거시경제 상황에 연준이 하강 리스크를 제거하고 경기를 부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모간 스탠리와 T 로우 프라이스를 포함한 운용사들은 포트폴리오에서 주식 비중을 적극 축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 업체 리퍼에 따르면 지난달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서 빠져나간 주식 투자 자금이 443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연중 최고치에 해당한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채권시장이 보내는 적신호가 주가 발목을 붙들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무역 마찰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채권시장의 적신호가 자산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얘기다.
T로우 프라이스의 세바스틴 페이지 글로벌 멀티에셋 헤드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금리 하락은 주식시장에 상승 탄력을 제공하는 요인이지만 이번에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시드니 소재 삭소 캐피탈 마켓도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이 무역전쟁 해법을 찾지 못하면 연내 주식시장이 채권시장에 백기를 드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날 장중 정책 금리에 가장 민감한 2년물 국채 수익률이 1.785%까지 하락해 2017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