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필요한 의료 처우 다했다" 해명
인권위 "적절한 의료조치 취하지 않아" 지적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국내 한 교도소에서 위암에 걸린 수감자가 사실상 방치됐다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A(60) 씨는 음주운전 혐의로 지난해 3월 모 교도소에 수용됐다. 당시 A씨는 신입 수용자 건강검진을 받고 이후 8월과 10월에도 정기검진을 받았다. 의료진은 A씨가 고혈압과 당뇨 질환을 앓고 있다고 진단해 관련 의약품을 처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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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삼일대로에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 청사 전경.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제공] |
그러나 A씨는 음식물 섭취에 어려움을 겪는 등 입소 10개월 동안 무려 10㎏ 가까이 살이 빠지는 이상 증세가 나타났다. A씨는 교도소 측에 심각한 건강 이상이 의심된다고 호소했으나 의료진은 "당뇨로 인한 체중 감소로 의심된다"고만 설명했다.
거동이 불편해진 A씨가 휠체어에 의지해야 할 수준이 되자 교도소 측은 지난 3월 부랴부랴 A씨를 데리고 외부의료시설을 방문했다. 검진 결과, A씨는 위암 4기로 사실상 회복 불능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A씨는 지난 3월 26일 형집행정지로 출소했으나 6일 만인 지난 4월 1일 숨을 거뒀다.
A씨 가족은 "교도소 측이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수감자가 사망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결과 교도소 직원들은 A씨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한 차례도 특이동정을 작성하지 않거나 상관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동료 수감자들이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 교도관에게 A씨에 대한 외부진료를 수차례 요청했음에도 수용되지 않았다. 이들은 간부급 교도관에게 A씨의 건강 이상을 알리기 위해 눈에 잘 띄는 공용공간에 A씨를 일부러 눕혀 놓기도 했다.
또 A씨가 지난해 12월 외부진료와 관련해 의료과장 면담을 요청했으나 실제 면담이 진행됐는지 여부 등은 기록돼 있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진에 대해 환자의 진료 여부는 물론 증상과 의견 등을 상세히 기록해놓도록 하고 있다.
인권위는 결국 교도소 측이 A씨의 의료문제를 소홀히 관리했고 그 결과 위암 진단이 늦어졌다고 판단했다. 교도소 측의 안일한 대응으로 A씨가 사망하기 전까지 적절한 의료조치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도소 측은 "A씨의 경우 체중 감소 외에 위암을 의심할만한 직접적인 증상이 보이지 않았다"며 "이후 갑상선 질환, 당뇨, 우울증 등을 염두에 두고 검사 및 진료를 진행했고 A씨의 생명·신체·건강을 위해 필요한 의료 처우를 성실히 수행했다"고 해명했다.
인권위는 지난 9월 교도소 측에 향후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보건위생직교도관 및 교정직교도관에 대한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권리 및 의료상 적절한 조치를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만 전문가 의견 등을 고려했을 때 교도소 측에 A씨 사망의 직접적 책임을 묻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