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피의자 의사에 따라 통지서 송달 장소 등 결정"
검찰, 권고 수용하겠다 밝히고는 감감무소식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 최근 철도안전법 위반 혐의로 철도특별사법경찰대에 입건된 A씨는 담당 수사관에게 "피의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으니 사건처분 통지서를 다른 주소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수사관은 사건을 검찰로 넘기면서 A씨의 요청 내용을 함께 송부했다.
검찰에서도 A씨는 '사건처분 통지서 송달 장소와 방법을 피의자 의사에 따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스크랩해 제출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A씨가 요청한 주소가 아닌 가족들이 함께 거주하는 주소지로 통지서를 발송했다. 결국 피의사실을 가족들에게 들킨 A씨는 "검찰이 송달 장소를 변경하지 않아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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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삼일대로에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 청사 전경.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제공] |
3일 인권위에 따르면 사건처분 통지서의 송달 장소나 방법 등을 바꿔달라는 피의자 요청에도 검찰이 기존 주소지로 통지서를 발송하면서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내용의 진정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인권위가 약 2년 전 피의자 의사에 따라 '사건처분 통지서' 발송지를 결정하도록 권고했음에도 검찰은 이를 무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8년에는 성매매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B씨가 "사건처분 통지서를 다른 주소로 보내 달라"고 했으나 검찰이 이를 무시하고 B씨 주소지로 통지서를 발송했다.
통지서에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는 죄명이 적혀있었다. B씨는 "검찰이 당초 약속했던 것과 달리 통지서를 집으로 보내 남편이 피의사실을 알게 됐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당시 인권위는 법무부 장관에게 피의자가 피의사건 처분결과 통지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검찰사건사무규칙'을 개정하고 그전까지 비슷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검찰은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1년이 넘도록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검찰이 사실상 인권위를 기만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 전산상 통지서 송달 방법 변경이 비교적 단순함에도 검찰이 행정 편의주의에 젖어 이를 개선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인권위 관계자는 "대검찰청에서 권고를 수용하겠다고 회신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이행을 하지 않고 있다"며 "인권위 권고 이후에도 유사한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유사사례의 재발 방지를 위한 조속한 대책 마련을 거듭 권고했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