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오픈 챔피언 조르디 가르시아 핀토, 지난 9월부터 유러피언투어 심판으로 활약
"선수 경험 큰 도움…항상 선수와 레프리 양쪽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하죠"
[뉴스핌] 김경수 골프 전문기자 = 투어 프로에서 변호사로, 변호사에서 골프 레프리로.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주요 프로골프투어는 올 스톱 상태다. 대회에 나가 볼을 쳐야 먹고사는 프로골퍼들로서는 '공 치는 날'이 당분간 계속될 판이다. 그 기간이 길어지면 전직을 하는 선수도 나올 법하다.
조르디 가르시아 핀토(30·스페인)는 그러나 선수에서 레프리(심판)로 직업을 바꾼 지가 6개월을 넘었다.
프로 골퍼에서 변호사로, 변호사에서 골프 레프리로 전직한 조르디 가르시아 핀토(30). 그는 유러피언투어 2부투어에서 2승을 거뒀지만 만족스럽지 않자 스스로 세운 인생 백업 플랜에 따라 다른 길을 찾았다. [사진=유러피언투어] |
19세 때인 지난 2009년 프로가 된 그는 유러피언투어 2부(챌린지)투어에서 주로 활동했다. 23세 때이던 2013년 챌린지투어 케냐오픈에서 첫 승을 거둔데 이어 그 이듬해에는 챌린지투어 나제티 호텔 골프오픈에서 통산 2승을 올렸다.
2015년에는 그리던 유러피언투어 시드를 받았다. 그러나 그 한 해 뿐이었고 다시 챌린지투어로 내려가야 했다. 스폰서도 떨어져 나갔다.
그는 프로골퍼로서 성공하지 못할 경우 다른 길을 간다는 백업 플랜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프로골퍼로 활약하면서 틈틈이 전공인 법학 공부를 병행했다. 마침내 석사 학위를 받아 변호사가 됐다.
2017~2018년 2년간 변호사로 활동하면서도 그의 생각은 온통 골프 쪽이었다. 그는 골프 레프리가 되기로 결심하고 유러피언투어 운영위원장인 데이비드 갈랜드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희소식은 오지 않았다. 3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해 9월 투어 레프리로 활약할 수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 두 말할 것도 없이 '오케이'했다.
처음에는 챌린지투어에 나갔고 가끔 유러피언투어 대회에도 레프리로 참가했다. 투어프로 생활을 한 그이지만 레프리로 적응하는데 2~3주가 걸렸다. 지금까지 그가 레프리로서 출장한 대회는 모두 8개다. 아직 '햇병아리'인 셈이다.
그는 지난 2월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에서 진행된 영국골프협회(R&A) 주관 레벨3(TARS) 과정을 이수했고, 마지막날 치른 테스트에서는 100점 만점에 96점을 받았다. 테스트 평가는 4단계로 나뉘는데 90점 이상은 최고 등급(pass with distinction)으로 분류된다. 한 마디로 아주 좋은 성적으로 골프 규칙 및 대회 운영에 관한 테스트를 통과한 것이다.
그는 "유러피언투어 레프리 가운데 나처럼 선수 생활을 한 사람이 더러 있다. 프로골퍼로 활약한 이력이 레프리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항상 선수와 레프리 양쪽 입장에서 보려고 노력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첫 승을 거둔 케냐에 레프리 자격으로 가보고 싶다"고 덧붙인다.
핀토처럼 유러피언투어나 미국PGA투어 또는 아시안투어 레프리가 되려면 우선 R&A 레벨3 테스트를 좋은 성적으로 통과해야 한다. 선수 생활을 하거나 다른 투어에서 레프리 활동을 한 경험은 인정된다. 물론 영어는 능통해야 한다. ksmk754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