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의결 없이 용역계약 체결 등 위법사항 적발
[서울=뉴스핌] 노해철 기자 = 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장 3곳의 위법사항을 적발해 경찰에 수사의뢰를 했다. 다만 위법이 적발돼도 과태료 부과에 그칠 공산이 크고 확실한 물증을 찾기도 어려워 수사의 실효성은 미지수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4일 강남구 '대치구마을 1지구' 재건축 조합과 동작구 '노량진6구역' 재개발 조합, 관악구 '봉천 4-1-3구역' 재개발 조합 등 3개 조합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 혐의로 각 관할 경찰서에 수사의뢰했다.
시는 지난해 시·자치구 공무원과 변호사, 회계사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합동점검반을 통해 3개 조합에 대한 운영실태를 점검한 결과, 도정법 위반 등 총 56개 부적정 사례를 적발해 이같이 결정했다. 이번 점검에서는 각 조합의 예산수립 및 집행의 적정성, 총회 등 회의 개최 적정성, 용역업체 선정 및 계약 적정성 등에 대한 점검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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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2019.07.30 pangbin@newspim.com |
일부 조합은 사업 과정에서 사전에 조합원 총회를 거치지 않고 용역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조합 임원으로부터 금전을 차입하면서 절차를 지키지 않는 등 문제점이 다수 발견됐다.
도정법 45조에서는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되는 계약이나,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이자율 및 상환 방법 등에 대해서 총회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지키지 않은 조합장 등 임원에 대해선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해당 조합 관계자는 "사업을 빠르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총회 개최 시기를 놓친 것일 뿐"이라며 "고의로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향후 도정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을 받으면 조합 임원 자격이 박탈된다. 조합 입장에서는 임원 공백과 새 임원 선출 등으로 인해 사업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
다른 조합은 철거 시기가 도래하지 않았음에도 철거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대금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의 정비사업 조합 등 표준 예산·회계규정에 따르면 사업진행을 예상해 이미 계약이 체결되고 예산에 편성된 사업비라도 당해 공사가 시작되지 않으면 먼저 집행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한 경우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조합 운영 규정을 위반해 업무를 처리하고 돈까지 지급했다면 업무상 배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각 조합에서는 조합임원 변경 후 인수인계서 미작성, 총회 참석수당 지급규정 미준수, 수의계약 규정 미준수, 원천징수 미이행, 적격증빙 자료 미수취 등이 함께 적발됐다.
이러한 사항은 다수 조합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처벌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 변호사는 "정비사업 총회 미의결이나 시기 미도래 계약 체결 등은 다수 조합에서 관행적으로 나타나는 부분"이라면서도 "수사 과정에서 명확한 증거를 잡아내기 어려워 처벌이 잘 안 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시는 각 자치구에 조합에 대해 시정 또는 행정지도를 하도록 조치했다. 자치구는 조합으로부터 관련 이행계획을 제출받아 이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법기관은 수사의뢰에 의한 처벌 판단을 내리고, 인허가권자인 각 자치구는 지적사항에 대한 행정지도를 하게 된다"며 "조합의 이행과 관련한 인센티브나 사업 인허가에서의 불이익 등은 따로 없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국토부와 서울시는 지난 21일 조합 운영실태 합동점검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점검 대상은 장위6구역, 면목3구역, 신당8구역, 잠실미성·크로바구역, 신반포4지구, 상아아파트2차, 한남3구역 등 7곳이다.
국토부와 시는 법령 위반사항 162건을 적발하고, 이 중 18건에 대해 수사의뢰하기로 했다. 나머지 건에 대해서도 시정명령(56건), 환수조치(3건), 행정지도(85건) 등 조치하고, 올해에도 시공자 입찰 및 조합운영 과정을 지속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sun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