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도 AI 연구·개발 가능...AI 생태계 송두리째 바뀌어
[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 한국판 뉴딜 '데이터 댐' 프로젝트 본격 가동으로 대한민국 인공지능 연구·개발 판도가 바뀔 전망이다.
데이터를 독점한 소수기업만이 의미있는 인공지능(AI) 연구를 해왔던 것과 달리, 모든 기업들이 수준 높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인공지능 개발에 나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사실상 '데이터 민주화'가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7월 발표된 '디지털 뉴딜' 대표과제 '데이터 댐' 프로젝트의 7대 핵심사업들을 수행할 주요기업 등의 선정 작업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올해 추경사업으로 4991억원이 투입되고, 총 2103개 기관이 지원 대상으로 확정됐다.
[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강원도 춘천, 빅데이터 플랫폼 운영기업인 더존비즈온을 방문해 직원들과 차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0.06.18 photo@newspim.com |
◆ 韓, 데이터 부족으로 디지털 전환 '걸림돌'
데이터를 댐에 갖힌 물에 비유한 이 사업은 거대한 댐에 데이터를 가득 채우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댐에 보관중인 물이 식수, 농업용수, 공업용수 등으로 다양하게 쓰이 듯 활용도 높은 데이터 확보가 사업 의의다.
데이터 댐은 데이터를 잘 보관하고 있다가 필요한 곳에 보내주는 역할을 한다. 이때 데이터를 보관하는 댐 역할을 하는 곳은 클라우드, 데이터 전송은 통신 네트워크, 데이터를 받아 활용하는 것이 인공지능이다.
즉 디지털 전환은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으로 이어지는 삼격편대가 핵심이다. 우리의 경우 네트워크에선 5G 세계최초 상용화를 이뤘고, 인공지능 역시 양자, 모바일, 엣지,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일정수준의 글로벌 역량을 보유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문제는 국내 데이터가 부실하다는 평가다. 네트워크와 인공지능은 일정 수준의 역량이 확보됐지만, 데이터가 부족해 디지털 전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단 얘기다. 농사에 비유하자면 수로와 농업 기술은 뛰어나지만 농업용수 부족으로 농사 짓기가 원할하지 못한 상황이다.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열린 GLUE(자연어 이해 평가, General Language Understanding Evaluation)대회에서 바이두의 AI 'ERNIE'가 90.1점을 기록해 MS(89.9점), 구글(89.7점)을 앞질렀다. GLUE는 AI 분야 언어 이해 능력을 측정하는 벤치마크(성과 평가 기준)로 널리 사용중이다.
인공지능 후발주자인 중국이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 기술 국가가 된 배경엔 매일 5억명의 인구가 간편결제를 하며 쌓아놓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 때문이다.
구글 알파고로 유명한 미국도 간편결제 사용인구는 5000만명에 불과하다. 미국이 중국에 선두를 내 준건 데이터양에서의 차이가 크다는 분석이다. 아직까지 현금사회를 실천중인 일본은 4차산업 시대에선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선 '잘사는 중세국가'라는 오명을 얻는 것도 바로 데이터 부족에 기인한다.
◆ AI연구, 부가가치 높은 양질의 데이터 필요
그간 대한민국은 데이터 부족 심각으로, 인공지능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졌다. 이에 학계에선 오래전부터 대한민국 인공지능 경쟁력 제고를 위해 'AI 학습용 데이터셋' 구축 필요성을 언급했다.
최준균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데이터가 없으면 인공지능은 소용이 없다"면서 "데이터가 있어야 인공지능이 돌아간다. 문제는 AI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빅데이터가 없으면 인공지능 연구는 거의 불가능하다"머 "인공지능도 여러가지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빅데이터를 이용해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훈련시킨다. 데이터로부터 배우는데, 빅데이터가 없으면 인공지능 연구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하겠지만, 실용적인 인공지능은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이 2일 디지털 뉴딜 '데이터 댐' 프로젝트에 대해 과기정통부 청사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과기정통부] 2020.09.02 swiss2pac@newspim.com |
부가가치가 높은 양질의 데이터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준균 교수는 "데이터가 잘못된 쓰레기 데이터가 섞여 수집되면 데이터 처리가 힘들어진다"며 "빅데이터가 좋은게 아니라, 정리가 안 된 빅데이터는 없는것보다 더 나쁘다. 더 헷갈리게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라며 데이터 수집·관리의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민·관·공의 융합데이터 확보가 데이터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구체적 방법론으로 제시했다.
이병태 교수는 "데이터는 자기가 수집하는 것도 있고, 공공부문에 널려있는 것도 있을거고, 또 소비자로부터 돈을 써서 받을 수도 있다"면서 "같은 분야. 구글이나 네이버 처럼 검색 결과나 사람들이 뭘 사는지 알고있는 기업과 경쟁하기는 어렵지만, 인공지능 분야는 워낙 다양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모든 분야에 많은 빅데이터를 갖고 있는 기업은 없다"며 "한 기업이 갖고 있는 데이터는 한계가 있다. 정부나 공공, 개인이 갖고있는 데이터를 섞어 썼을 때 많은 효과가 나타난다. 어떤 한 기업이 규모가 크다고 해서 특정 데이터가 많기 때문에 반드시 우위에 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 데이터 댐,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이 핵심...AI 연구·개발 판도 바뀔 전망
정부의 '데이터 댐' 프로젝트 역시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에 핵심을 관통하고 있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은 2일 데이터 댐 브리핑에서 "데이터 댐의 가장 기초이고 핵심으로 AI서비스 개발에 필수적인 AI학습용 데이터를 대규모로 구축 ·개방하는 사업"이라며 "대량의 데이터 수집에서부터 가공, 정제, 품질검증까지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로 인공지능 연구·개발 판도가 송두리째 바뀔 전망이다.
그간 국내 연구기관 및 중견·중소·벤처 기업들은 AI 연구에 활용할 만한 마땅한 공개데이터가 없어 연구·개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사실상 국내 인공지능 연구개발은 네이버, 카카오, SKT 등 데이터 확보가 용이한 소수기업이 독점하는 형태로 지속돼 왔다.
앞으로 150여개의 학습용 데이터가 구축된다면 학교·연구기관·중소벤처기업 등에서 활발한 인공지능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생태계가 구축될 전망이다. 결국 국내 중소벤처도 구글·넷플릭스·네이버쇼핑 수준의 추천이 가능하고, 자율주행·O2O서비스에서도 중소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을 커질 수 있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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