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민경하 기자 = "국민들께서 경제당국에도 '화이팅'을 보내주시면 좋겠다."
9일 문재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게시물을 태그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홍 부총리에 대한 신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민경하 경제부 기자 |
지난 2018년 12월 취임한 홍남기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두번째 경제사령탑이자 역대 최장수 부총리다. 지난해 11월 사표를 냈지만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재신임하면서 지금까지 임기를 유지하고 있다. 정권 말까지 함께하는 '순장조'가 될 전망이다.
그가 무조건적으로 신임을 받는 이유는 '말을 잘 듣는 부총리'라는 평판이 대변해 준다. 그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다섯차례 추가경정예산안과 네 차례의 재난지원금, 증권거래세 인하, 주식양도세 대주주요건, 소상공인 손실보상제, 재정준칙까지 모두 자신의 소신을 꺾고 여당의 의견을 따랐다.
한 때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며 공개적으로 반발하기도 했지만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 '기재부는 저항세력'이라는 질타에 다시한번 소신을 굽혔다. 그가 악화되는 재정상황을 염려해 내놓은 재정준칙을 국회는 쳐다보지도 않고 있다. 초라해진 경제부총리에게 붙여진 별명은 '홍두사미'(홍남기+용두사미) 또는 '홍백기'(홍남기+백기)다.
부총리 패싱을 일삼은 문재인 정부는 '돈 잘 쓰는 정부'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임기를 시작한 지난 2017년 660조원이었던 국가채무는 4년만에 300조원이 늘었고 내년에는 1000조원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 된다. 지난 2019년 38.1%였던 국내총생산(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다섯차례 추경을 거치면서 올해 말 48.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대미문의 코로나 대응을 위한 불가피한 처사라고 하기엔 숫자가 너무 크다.
그리고 또 다시 홍 부총리의 소신이 시험대에 올랐다. 당·정은 5차 재난지원금을 두고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에 대해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지원이냐 전국민 보편지급이냐를 두고 갈등을 빚는 것이다. 재원은 상반기 추가로 들어온 세수를 활용해 적자국채 발행없이 진행하자고 하지만 당·정이 생각하는 규모의 차이가 크다.
당에서 얘기하는 보편지급은 예산이 최소 20조원 이상 필요하다. 여기에 소상공인 손실보상제를 위한 재원까지 마련하기 위해서는 올해 두번째 추경 규모는 3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채무가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에 있다"며 "장기간 유지해 온 한국의 재정규율을 시험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국내·외 주요 기관에서 국가채무의 절대량보다 위험한 것은 증가 속도임을 여러 차례 경고한 바 있다.
그의 말대로 국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홍 부총리가 이제라도 나라의 '곳간지기'로서 꿋꿋하게 소신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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