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모가디슈' 김윤석이 가장 평범함 가운데 숨긴 비범함으로 올 여름 극장가를 울린다. 류승완 감독과 손 잡고 뜨거운 액션과 감동을 함께 영화에 담았다.
김윤석은 26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 직전 촬영한 영화 '모가디슈'를 뒤늦게 선보이게 된 감회를 얘기했다. 모로코 올 로케이션 촬영으로 숱한 고생을 감수했던 그는 "류승완 감독이라 가능했다"면서 이번 프로젝트가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었음을 돌아봤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모가디슈'에 출연한 배우 김윤석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021.07.27 jyyang@newspim.com |
"이 프로젝트가 불가능하고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했죠. 헐리우드에 버금갈 정도의 영화예요. 수백명의 외국 배우들을 어디에서 데려올 건지, 배경은 모가디슈이지만 실제 촬영은 모로코에서 했어요. 그곳은 아프리카계 인종은 거의 없어요. 그 인종의 배우들을 몇 개월에 걸쳐서 유럽에서, 아프리카에서 모았죠.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했는데 정말 철저하게 준비를 하셨더군요. 류 감독의 철저한 준비와 점검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얘기였어요. 영화를 보면서도 '저게 가능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실감나게 나왔죠."
극중 김윤석은 남한의 주 소말리아 대사 한신성을 연기했다. 그는 "저와 닮은 부분도, 다른 부분도 있다"면서 캐릭터에 애정을 드러냈다. 특별히 그는 한없이 소시민적이고 우유부단함 같은 평범함 가운데 모두를 통솔하는 한 대사의 선택과 결정이 이 영화의 포인트라고 짚었다.
"저와 닮아보인다는 건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이 그렇겠죠. 평소에 영웅적인 행동을 하는 걸 즐기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되도록이면 아무 탈 없이 조용히 피해 없이 살아나길 원하고 때로는 굉장히 우유부단해서 기회를 놓치기도 하죠. 실수도 하고 때론 고집도 피우고요. 부족하다기보다 인간이라 갖고 있는 면이죠. 그게 연기자 이전의 평범한 저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에요. 그럼에도 극 속의 인물의 서사는 함축적이고 극적일 수밖에 없는데 그 극적인 상황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협력하면서 나오는 비범함이 있죠. 그게 이 캐릭터와 영화의 매력이에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모가디슈'에 출연한 배우 김윤석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021.07.27 jyyang@newspim.com |
이 점은 바로 김윤석이 이 영화 출연을 결정하게 한 이유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모로코에서 4개월간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하는 건 쉽지 않았다. 김윤석은 벌써 1년 반이 지나버린 당시의 촬영장 풍경을 떠올렸다. 누군가는 불가능하다고 여긴 촬영을 해내면서도, 모처럼 자유로움을 만끽한 시간이었다.
"촬영을 한건지 살다가 온 건지 모를 만큼 모든 곳이 저희의 동선이었죠. 그 한 가운데에 저희 숙소가 있었고 걸어다니던 모든 곳이 촬영장이었어요. 한 숙소에서 다같이 지냈고요. 밥 같이 먹고 매일 만나고 4개월간 동고동락할 수 있었다는 게, 앞으로 이런 날이 또 올까요. 잊지 못할 경험이죠. 팬데믹 이전에 촬영을 마친 상태였는데 또 이런 상황은 상상한 적이 없었잖아요. 이렇게 오래 갈줄도 몰랐고요. 모로코 해변 도시, 시골 마을 같은 곳에서 조인성, 허준호씨도 모두가 자연인의 모습으로 아무렇게나 활보하고 터벅터벅 마스크도 없이 자유롭게 다녔어요. 미세먼지도 없고 정말 공기가 좋았죠. 지금은 그립기까지 하네요."
1991년, 가장 극심한 냉전시대에 내전의 한복판에 뚝 떨어진 남북한 대사관 식구들 자체는 현재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도 여러 가지 은유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생존'을 위해 손을 맞잡을 수밖에 없었던 한 대사와 북한의 림 대사(허준호)의 선택은 모두에게 공감과 감동을 전해줄 만 하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모가디슈'에 출연한 배우 김윤석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021.07.27 jyyang@newspim.com |
"한 대사는 무능하고 우유부단하기도 해요. 그러면서도 인간적이죠. 정의롭고 역동적이고 모두를 끌고 가는 파워풀한 리더보다는 많이 모자란, 의지가 약한 사람이 결국 극한 상황에 몰려 평범함 속 비범함을 만들어내요. 인간적이고 실수를 많이 하는 모습이 웃프기도 하고 어느 순간에 의지를 담아서 해내고 귀를 열고 마음을 열고 협력을 해내는 게 귀하게 느껴졌죠. 사실 극중 남북 대사관 사람들은 무기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유일하게 말이 통하는 두 팀이 만나서 위기를 헤쳐나가는 거예요. 여기 무슨 이념과 이데올로기 같은 건 작용하지 않죠. 일단은 살아야 하는 상황의 본능적인 사람들을 그려내려 했어요."
영화 속에서 모든 위험이 도사리는 사지를 뚫고 나와, 한 대사는 백기를 들고 뛰어가며 "돈 슛! 돈 슛! 코리아!"라고 외친다. 김윤석은 이 장면을 가장 울컥한 장면으로 꼽았다. 당시의 시대상 속 생존을 위해 기댈 것이라곤 단 하나뿐인 단어를 함축적으로 담은 장면이다. 오랜만에 작품으로 팬들과 만나는 그는 마치 20대 아이돌 멤버처럼 자신을 사랑해주는 이들에게도 애정어린 인사를 남겼다.
"한 대사가 소리치며 뛰어가는 그 장면이 울림이 있었죠. 그들이 내세울 수 있는 말이 코리아 뿐이었고, 그게 울컥했어요. '미성년' 이후에 오랜만인데 타의로 인해 그렇게 됐지만 2년이 넘게 걸렸네요. 우리 팬들 중에는 응원 문구도 그렇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갖고 계신 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웃음) 보고 저도 기가 막혀서 웃기도 많이 웃었죠. 직접 만나서 얘기하는 게 아니어도 소통할 수 있다는 게 굉장한 재미로 느껴져요. 고맙기도 하고요. 오래 기다려주셨는데 이 영화로 다가갈 수 있어 설레고 '역시' 하고 보람을 느껴주신다면 좋겠네요."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