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임원엔 '승진' 개념 사라져...신규 선임에 주목
직원 업무평가도 싹 바꿔...젊은 임원 대거 등장 가능성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CJ그룹이 6개 임원직급을 하나로 통합한 파격적인 인사제도 개편안을 선보인 가운데 2022년도 정기 임원 인사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지 주목된다.
상무대우에서 상무로, 상무에서 부사장에 오르는 등 기존의 '임원 승진' 개념이 사실상 사라진 만큼 신규 임원 선임과 담당 조직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또한 최근 삼성, SK, LG등 주요기업에서 30~40대 임원들이 대거 등장한 것처럼 CJ그룹에서도 '성과와 능력 중심'을 대표하는 최연소 임원이 등장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 CJ그룹 정기임원인사 임박...'장남 이선호' 승진 가능성은?
27일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이번 주 중 2022년도 정기 임원 인사를 발표한다. 새로운 임원직제개편안이 적용되는 첫 인사다. 앞서 지난 23일 CJ그룹은 내년부터 사장과 총괄부사장, 부사장, 부사장대우, 상무, 상무대우로 구분된 6개 임원직급을 통합하는 내용의 ′임원직제개편안′을 발표했다.
현재 임기만료를 앞둔 CJ그룹 주요 계열사 수장은 손경식 CJ제일제당 공동대표와 허민호 CJENM 대표 등이다. 내년 1월에 출범하는 CJ바이오사언스(기존 천랩) 대표에는 최임재 CJ제일제당 천랩PMI프로젝트장(상무)가 오를 전망이다. 오는 29일 개최되는 CJ바이오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에는 최 상무를 대표 및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올라온 상태다.
그 외 수장들의 임기를 살펴보면 최은석 CJ제일제당 공동대표는 2023년 3월,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와 정성필 CJ프레시웨이 대표, 허민회 CJ CGV 대표의 임기 만료는 2024년 3월로 예정돼있다. 강철구·김영규 스튜디오드래곤 공동대표의 임기는 나란히 2023년 9월이다. 지난달 설립된 건강사업 신설법인 CJ웰케어에는 장승훈 대표가 최근 선임됐기 때문에 별다른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선호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담당 부장(왼쪽 세 번째)이 비비고 X LA레이커스 파트너십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CJ제일제당 |
오너 3세의 임원 승진 여부도 주목된다. 이재현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CJ ENM 부사장대우는 이미 임원직책을 맡고 있으므로 승진의 의미가 크지 않은 상태다.
아들인 이선호 부장은 이번 인사에서 임원 승진할 가능성이 높다. 2019년 마약밀수혐의로 물러났다가 올해 1월 글로벌 비즈니스 담당으로 복귀한 이 부장은 지난 9월 '비비고'와 미국프로농구(NBA)의 유명 구단 'LA레이커스'와의 글로벌 마케팅 파트너십 계약 체결을 주도한 바 있다.
당시 이 부장은 계약 현장을 직접 챙기고 대외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등 해외사업 강화에 힘을 쏟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 부장의 대외적인 활동 공개가 CJ의 성과주의 인사 방향에 부합하는 행보로 평가하고 있다.
◆ '어떤 조직 맡느냐'에 무게...성과·능력 중심 '최연소 임원' 나올수도
이번 인사에서는 기존 임원보다는 신규 선임되는 임원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임원직급이 단일화되면서 기존 임원의 승진 개념은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6개 임원 중 가장 낮은 상무대우와 가장 높은 사장직은 모두 '경영리더'로 불리며 기존에 직급에 따라 차등을 뒀던 보상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대신 조직규모와 맡은 업무의 중요성, 그리고 성과에 따라 처우와 보상이 결정된다.
기존 임원들에게는 승진 자체보다 어떤 조직을 맡느냐에 무게가 더 실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요 조직에 몸담던 임원이 작은 조직으로 내려온다면 사실상 좌천 인사인 셈이다. 반대로 신규 선임되는 임원이 그룹 내 주요 조직에 발령될 경우는 파격 인사로 받아들여질 전망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달 '문화, 플랫폼, 웰니스, 지속가능성' 등 4대 미래 성장엔진을 제시하면서 "역량과 의지만 있다면 나이, 연차, 직급에 관계없이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고 특히 새로운 세대들이 틀을 깨고 새로운 도전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회장의 의중에 따라 파격적인 직급 개편안이 마련된 셈이다. '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기본 방향에 맞게 젊은 임원이 신규 선임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최근 삼성전자, SK, LG 등 주요 기업들의 정기임원인사에서는 30~40대 임원 및 대표가 대거 발탁된 바 있다. 젊은 리더에게 혁신과 변화를 기대하는 취지에서다. CJ그룹에서도 최연소 임원이 등장할 가능성이 작지 않은 셈이다.
실제 CJ그룹은 올해 계열사들의 직원 평가에 '절대평가'와 '동료평가'를 추가한 것으로 알려진다. 인사권을 가진 상사가 부하직원을 일방적으로 평가하는 기존 제도에서 벗어나 동료평가로 객관성을 확보한 것이다. 업무성과와 상관없이 비교우위가 비교되는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 방식으로 변화를 줬다. 높은 성과를 낸 직원을 보다 면밀히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파격적인 시도가 조직문화에 정착될 수 있을 지는 지켜봐야할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임원직급 통합으로)현실적으로 대외 활동을 위해 명함을 두세 개 가지고 다닌다거나 기존 직원들이 임원들의 보이지 않는 서열을 파악하느라 괜한 낭비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교한 보상체계와 공정성이 보장된다면 능력있는 직원들에게는 확실히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며 "기존 조직문화와 얼마나 조화를 이룰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