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흑인 중 처음으로 미국 오스카(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흑인에 대한 차별의 벽을 허무는데 선구자 역할을 했던 시드니 포이티어가 별세했다. 향년 94세.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카리브해 바하마의 외교부및 고위 관료들은 7일(현지시간) 그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포이티어는 전날 저녁 숨을 거둔 것을 알려졌다.
1927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태어난 포이티어는 이후 바하마의 토마토 농장에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정규 교육 과정도 1년 밖에 다니지 못했다.
포이티어는 15세 때 미국으로 다시 건너간 뒤 연극 무대에 오르며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1949년 영화 '노웨이아웃'으로 할리우드 영화계에 데뷔했다.
그는 1958년작 영화 '흑과 백'(The Defiant Ones)으로 흑인 배우 중 처음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이후 1963년작 '들판의 백합'(Lillies of the Fiedl)으로 이듬해 남우주연상을 거머쥐며 미국 영화계와 사회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배우 시드니 포이티어. [사진=로이터 뉴스핌] |
포이티어는 뛰어난 연기 실력을 바탕으로 당시 영화계에서 흑인 배우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맞섰다. 당시 만해도 할리우드 영화계는 흑인 배우들에게 구두닦이나, 노예, 부랑자 또는 댄서 등의 단역 등을 주로 맡겼다. 그러나 포이티어는 교육 받고 지적인 이미지의 흑인 배역을 강력하게 원했고, 실제로 이 역할을 훌륭히 소화하며 인종 차별의 장벽을 몸소 허물어갔다.
특히 1967년 잇따라 발표된 '초대받지 않은 손님'(Guess Who's Comming To Dinner)에서는 백인 여성의 약혼자로 백인 부모들의 집을 방문하는 흑인 청년역을, '밤의 열기 속에서' (In The Heat Of The Night)에서는 인종차별에 맞서며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흑인 수사관 역할을 맡아 열연했다.
또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문제아 학급에 담임 선생님으로 부임한 흑인 선생님 역으로 나온 '언제나 마음은 태양' (To Sir With Love)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역시 흑인으로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유명배우 덴젤 워싱턴은 한 행사장에서 "나는 당신을 사랑하며, 존경하며, 당신을 따라했습니다"라는 말로 포이티어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기도 했다.
포이티어는 영화계와 미국 사회에 기여한 공헌을 인정받아 2002년 아카데미 공로상을 받았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9년 그에게 대통령 자유의 메달을 직접 수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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