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두개골에 8600개 다이아몬드 박은 논란의 조각
제작비 부풀렸다는 의혹.. 판매는 커녕 창고에 처박혀
영리한 현대미술가에게 치명타 될까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 지난 2007년 1억달러(당시 환율기준 940억원)에 팔렸다고 알려진 데미안 허스트의 다이아몬드 해골작품 '신의 사랑을 위하여'. 그러나 팔리기는커녕 런던의 한 창고에 15년째 보관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22.02.03 art29@newspim.com |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무려 1억달러(당시 환율기준 940억원)에 팔렸다고 알려진 영국의 유명 미술가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1965~)의 다이아몬드 해골 작품이 실제론 팔린 적이 없음이 확인됐다. 데미안 허스트와 그의 소속화랑 화이트큐브는 지난 2007년, 인간 두개골에 8600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은 '신의 사랑을 위하여(For the Love of God)'가 1억달러에 판매됐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문제의 이 값비싼 해골 작품은 15년째 영국 런던 보석거리의 한 창고에 처박혀 있음이 최근 영국 매체들에 의해 밝혀졌다.
영국의 일간 더 텔레그래프는 데미안 허스트가 "익명의 투자자그룹에 해골 조각을 1억달러에 팔려고 시도했으나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최근호에서 보도했다. 이어 이 조각이 현재 런던 시내 햇톤 가든(Hatton Garden)의 한 창고시설에 보관돼 있다고 덧붙였다.
화이트큐브가 지난 2007년 8월 발표한 해골작품의 1억달러 판매 소식은 전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수많은 언론이 앞다퉈 이 뉴스를 보도하며 데미안 허스트를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인간 두개골(실제로 두개골은 금속으로캐스팅했고, 치아만 진짜 사람치아)에 값비싼 다이아몬드를 촘촘히 박았다는 시도가 대단히 전복적이어서 전세계 미술애호가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허스트는 이후 이 작품을 모티프로 많은 해골 시리즈와 판화 및 오브제 연작 등을 제작해 엄청난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요란한 홍보와는 달리, 갤러리측은 당시 해골 조각 판매에 대해 구체적이고도 실증적인 증거를 내놓진 못했다. 그냥 '익명의 투자자 그룹이 작품을 샀다'는 정도로 밝혔던 것. 이에 미술계에서는 실제로 그 작품이 건네졌는지 여부에 관해 지속적으로 의구심을 제기해왔다. 팔지도 않고 판 것으로 속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이어져왔던 것.
허스트는 2006년 해골 조각을 처음 공개하며 "작품 제작을 위해 800만파운드(1600만 달러)를 투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듬해 런던 화이트큐브 갤러리에서 해골 작품을 전시하면서는 "다이아몬드 8600개가 소요돼 1500만파운드(3000만달러)가 들었다"고 제작비를 두배로 슬쩍 올렸다.
곧이어 화이트큐브가 작품을 1억달러에 판매했다고 발표했을 때, 영국의 미술전문매체 아트뉴스페이어의 크리스티나 루이스 기자는 "작품값이 1억달러라면서 작가와 갤러리가 어째서 심각하게 할인된 3800만파운드(7600만달러)에 작품을 처분하려 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리곤 기적적으로 목표했던 1억달러에 작품이 판매됐다고 공표됐는데 거래가 현금으로 이뤄졌다고 전해져 의구심을 키웠다. 이에 화이트큐브는 "이 해골 조각의 글로벌 투어가 가능할 수 있도록 작가가 작품소유권을 일정부분 공유할 것"이라고 토를 달기도 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기자=2017년 베니스에서 전시됐다가 미국의 카지노거물 페르티타 형제가 매입해 라스베가스의 팜스 카지노&리조트에 세워진 데미안 허스트의 초대형 조각 'Demon with Bowl'. 현재 이 카지노는 문을 닫았다. [사진=팜스 카지노&리조트] 2022.2.3 art29@newspim.com |
2007년 허스트는 문제의 다이아몬드 해골 작품을 기폭제로 미술시장에서 인기가 폭발했다. 최고 스타작가로 등극하며 이듬해인 2008년 9월 소더비경매는 그가 제작한 작품 223점을 모아 이틀간 단독경매를 개최했다. '데미안 허스트- 뷰티플 인사이드 마이 헤드 포에버'라는 타이틀의 이 경매의 낙찰총액은 2억1000만달러(2271억원)에 이르렀다. 화랑을 끼지 않고 경매사가 작가와 직거래를 했다는 점에서 많은 비난이 이어졌다. 하지만 가장 '힙한 작가'인 허스트의 작품을 손에 넣기 위해 유럽은 물론, 미국 아시아 아랍 러시아의 슈퍼컬렉터들이 경매장에 몰려들었다. 이 같은 낙찰총액은 단일작가 경매가로는 피카소가 1993년에 세운 2000만달러(총88점)를 10배이상 뛰어넘는 것이었다. 바야흐로 허스트의 시대가 활짝 열린 셈이다.
공교롭게도 이 경매가 끝나자마자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며 미술시장은 대폭락에 돌입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한끗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빗겨간 회심의 경매였다. 그러나 이후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값은 반토막이 나며 수직하강했다. 이에 작가는 약 10년간 칩거하다가 2017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프랑스와즈 피노 크리스티 회장(구찌, 보테카베네타를 보유한 케어링그룹의 명예회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대규모 특별 전시를 개최했다. 난파선에서 쏟아져 나온 온갖 보물들을 새롭게 재조명한다는 허구적 컨셉의 이 특별전은 그의 복귀를 알린 매머드 이벤트였고, 작품도 1조원 가까이 팔린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들어 전세계적인 미술시장 호황으로 허스트의 작품값은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호불호가 갈리고, 작품별로 가격차가 있는 상황이다. 전복과 혁신을 구가한 천재 아티스트이자 영국 현대미술의 전성기를 이끈 영리하면서도 출중한 리더인 데미안 허스트는 언제나 많은 논란을 만들어가는 이슈메이커임을 이번 해골작품 이슈도 보여준다. 현재 그는 플라워 페인팅 등 일련의 작품을 NFT아트로 제작해 첨단 아트마켓에서 다시금 승기를 잡고자 분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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