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변호사나 하면서 조용히 지내"
드라마 '법쩐'에서 여주인공 검사가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감찰을 받자 이를 지시한 선배 검사가 한 대사다. 판·검사 등이 공직 생활에서 문제가 생기면 퇴직 후 변호사로 개업하면 된다는 의미가 담긴 말로 드라마나 현실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이성화 사회부 기자 |
최근 고(故) 김홍영 검사를 폭행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김대현 전 부장검사도 2016년 법무부 징계 처분을 받았지만 해임 3년이 지난 2019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해왔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벌어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1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기 전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 등록을 허가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현행법이 정한 변호사 등록거부 사유가 제한적이고 신청 당시에는 결격사유가 없었기 때문에 등록을 허가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대장동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와 '재판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권순일 전 대법관은 변협의 두 차례 공문에도 변호사 등록 신청을 철회하지 않아 비난을 받았다. 이후 외부위원들로 구성된 변협 등록심사위원회가 권 전 대법관에 대한 변호사 등록거부 안건을 최종 부결하면서 권 전 대법관은 변호사 활동이 가능해졌다.
이에 변협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법조 최고위직의 무분별한 변호사 활동을 제한하겠다며 이른바 '권순일 방지법'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내달 제52대 변협 회장으로 취임하는 김영훈 변호사도 이에 대해 "앞으로 법조인들이 사회에 봉사하면서 사적인 이해관계보다는 국민의 권익에 충실한 역할을 하도록 경계해야 한다"며 제도 정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물론 법조인 개개인의 측면에서 볼 때 의혹만 있고 언제 결론이 날지 기약 없는 상황 속에서 마냥 무직으로 지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사법부 일원으로 있으면서 발생한 일에 대해 국민 불신을 해소하려면 '옷 벗고 변호사 하면 된다'는 식의 생각은 내려놓아야 한다.
변협이 촘촘한 변호사법 개정안을 만들어 '제 식구 감싸기' 우려를 불식시키고 법조인 출신이 많은 국회도 변화를 위해 개정안 통과에 적극 나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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