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해외 콘텐츠 시청시 필수 요소로 작용됐던 자막의 사용법이 변화하고 있다. 이제는 국내 드라마를 볼 때도 자막 설정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반면 예능에서 즐거움을 배가시켰던 자막은 덜어내는 추세이다.
◆ OTT·SBS, 드라마에 '자막' 서비스 시작
국내 드라마에서 자막이 활용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특히 지상파의 경우 자막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지만, 넷플릭스가 등장하면서 국내 작품을 시청할 때도 자막을 활용하는 시청자들이 늘고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둔 넷플릭스는 2011년 미국 청각장애인협회로부터 청각장애인용 자막을 붙이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는 소송을 당한 후, 대부분 작품에 자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들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국내 콘텐츠를 보는 시청자들 역시 자막 서비스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지상파 중 드라마 자막 서비스를 첫 제공한 SBS [사진=SBS '모범택시2' 캡처] 2023.03.16 alice09@newspim.com |
앞서 자막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 목적이 컸지만, 최근 비장애인 시청자들 역시 편의성과 몰입도를 위해 자막 설정을 추가하고 있다. 실제 콘텐츠를 빠르게 소비하는 국내 시청자들에게 자막은 필수 설정이다. 이동 중에 작품을 감상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주변 소음에 구애받지 않고 작품을 집중해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 작품 내에서 여러 배우들의 목소리가 겹치거나 긴박한 상황이 연출되는 경우 대사를 듣기 힘든 상황이 많았지만 자막을 설정하면 모든 대사를 눈으로 볼 수 있기에 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자막 편의성이 커지면서 넷플릭스뿐 아니라 웨이브와 티빙 등 국내 OTT에서도 각종 방송사 작품에 한국어 자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지상파에도 움직임을 보였다.
SBS는 2월부터 재방송 되는 작품에 한국어 자막 서비스를 도입했다. 현재 방영 중인 '모범택시2'와 더불어 최근 종영한 '법쩐', '트롤리'에도 자막이 제공됐다. 장애인 시청자를 위한 해설 방송 외 한국어 자막 서비스를 도입한 것은 지상파 중 SBS가 유일하다.
이에 SBS 관계자는 "OTT 드라마를 중심으로 이미 한국어 자막 서비스가 일상화 되고 있다. 드라마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일부 드라마에 시험적으로 재방송에 자막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아일랜드' 화면 [사진='아일랜드' 캡처] 2023.03.16 alice09@newspim.com |
이어 "다만 OTT와 달리 TV의 경우 자막 설정을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 일과적인 자막 도입으로 인해 연출적 요소나 연기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의견도 있어 본방송에서 자막 도입은 아직 계획이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예능, 자막 덜어내다…"프로그램 개성 가릴 수 있어"
드라마는 이제 자막 서비스를 도입하며 몰입도와 편의성을 높이고 있지만, 그간 자막으로 웃음 포인트를 더했던 예능은 이를 덜어내고 있는 추세이다. MBC '무한도전'의 경우 출연진의 대사와 상황, 그리고 제작진이 전달하고 하는 메시지를 자막으로 표출하며 시각적으로 보는 재미를 더했다. 이후 많은 예능에서 자막을 도입하며 웃음을 주는 하나의 요소로 작용시켰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자막을 걷어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코리아 넘버원' [사진=넷플릭스] 2023.03.16 alice09@newspim.com |
하지만 K-예능도 해외에서 사랑을 받으면서 이러한 관행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인기 예능의 경우 해외 판권계약과 프로그램 포맷 수출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에 전 세계에서 시청이 가능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코리아 넘버원'의 경우 필수적으로 사용됐던 자막을 모두 걷어내는 파격 시도를 선보였다. 이후 '피지컬: 100' 역시 재미를 위해 덧붙이는 설명식 자막은 없앴다.
현재 OTT를 중심으로 자막 도입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상파의 경우 아직까지 예능에서 재미를 위한 자막은 사용되고 있지만, 넷플릭스는 이를 모두 없애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코리아 넘버원'을 제작했던 정효진 PD는 "자막이 프로그램의 개성을 드러내는 좋은 도구였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자막으로 인해 프로그램의 매력이 줄어드는 경우가 컸다. 예능의 경우 많은 출연진들이 한 화면에 나오는데, 자막을 걷어내면서 출연진들의 표정을 세밀하게 담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OTT의 경우 해외 시청자는 번역을 위해 자막을 사용하는데, 제작진이 기본으로 추가하는 자막이 더해지는 경우 몰입도가 깨질 거라고 생각했다"며 "예능은 다이내믹한 상황이 많이 연출되는데 자막을 없앰으로서 몰입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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