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금 매도세와 펀드 비중축소 움직임 확대
8월 들어 주가 하락세 뚜렷, 新조정기 진입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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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배상희 기자 = 중국 본토 A주에서 후∙선강퉁 개통 이후 처음으로 13거래일 연속 해외투자금의 유출세가 이어졌는데, 특히 고량주(백주) 섹터 대장주로 매도세가 집중됐다. 이는 8월 들어 다시금 본격화된 고량주 섹터의 신(新) 조정기 관측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2020년 A주 장세를 평할 때면 '술에 취한 A주'라는 타이틀이 항상 따라붙었을 정도로 시장의 인기를 한몸에 받던 고량주는 올해 AI(인공지능)로 대변되는 기술 성장주 중심 TMT(기술·미디어·통신) 섹터와 중터구(中特估, 중국 본토 시장의 특성에 맞춘 밸류에이션 평가 시스템으로 저평가되고 있는 기업의 밸류를 회복시키는 것이 목적)로 대표되는 정책주 섹터 등에 밀려 찬밥 신세가 됐다.
고량주 섹터의 조정기를 이끈 요인이 해소될, 즉 반등의 기회를 맞이하는 시점과 가능성에 대해 예측해보고, A주 전통 소비 섹터의 대표주자이자 중국증시의 간판 투자처로 주목을 받아온 고량주 섹터의 투자가치를 현 시점에서 다시 한번 점검해 보고자 한다.
◆ 외인 이탈 가속화...'귀주모태' 매도 규모 1위
8월 24일 홍콩증권거래소에서 중국 본토 A주로 유입되는 해외자금인 북향자금(北向資金, 북상자금으로도 불림)이 32억3300만 유입되며 지난 13일간 연속으로 이어진 유출세도 끝이 났다.
앞서 A주에서는 지난 7일부터 23일까지 13거래일 연속 북향자금이 순유출됐다. 13거래일 연속 북향자금이 유출된 것은 후∙선강퉁 개통 이후 최초로, 13거래일간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한 A주 규모는 779억4800만 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경제성장 둔화 우려가 심화된 가운데 이달 금융당국이 실질적인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 1년물을 인하하며 위안화 평가절하(가치하락) 압박이 가중, A주의 변동성이 확대된 것이 외인 이탈의 주된 배경이다.
섹터별로는 지난 13일간 고량주(백주) 섹터에서 뚜렷한 매도세가 연출됐는데, 특히 최근 7거래일간 고량주 섹터 대장주 귀주모태(600519.SH)에서 43억5600만 위안의 가장 많은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어지는 해외투자금 이탈에 고량주 섹터의 주가 또한 하향세다. 2분기부터 시작된 하락세는 7월 들어 반등하는 듯 하더니 8월 다시금 하락세로 전환됐다.
중국 대표지수 산출기관인 중정지수유한공사가 A주 고량주 섹터의 18개 대표종목의 주가를 반영해 산출한 중정고량주지수(399997)를 기준으로 할 때, 8월 24일 종가 기준으로 올해 2월 최고점 대비 고량주 섹터의 주가는 17% 이상 빠진 상태다.
고량주 조정기는 펀드기관의 비중 축소가 시작된 2분기부터 본격화됐다. 2분기 펀드기관들은 귀주모태, 오량액(000858.SZ), 산서행화촌분주(600809.SH) 등 고량주 섹터 대장주의 시총을 각각 100억 위안 이상씩 축소했다.
대표적으로 2분기 공모펀드는 산서행화촌분주의 시총을 150억 위안 정도 축소했고, 그 결과 산서행화촌분주는 공모펀드 10대 중창구(重倉股,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상품에서 비중이 높은 집중 매수 종목)' 명단에서도 빠졌다.
◆ 고량주 新조정기 이미 시작됐다...그 배경은?
고량주 산업이 직면해 있는 적지 않은 도전은 고량주 섹터를 조정기로 이끌고 있는 핵심 배경이다. 다시 말해 이 같은 도전 과제가 지속되는 한 고량주 섹터의 조정기가 끝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해볼 수 있다.
1) 판매 둔화, 높은 재고
올해 상반기 춘절과 노동절 등 고량주 업계의 특수 시즌이 여러 차례 도래했음에도 '비즈니스용, 대량구매용, 연회접대용' 등 여러 방면에서 고량주의 판매는 부진했다.
관련 데이터에 따르면 춘절(중국의 음력 설) 이후 판매 대행업체의 40%가 고량주 판매량이 전년동기대비 줄었다고 답했다. 노동절 연휴 기간 판매량은 3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고량주 판매업체의 재고 압박이 매우 높아져 있다는 뜻이다.
2) 가격 역전, 업계 경쟁 심화
중국 거시경제 성장 둔화에 따른 내수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디게 이뤄지면서 고량주 소비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지속하는 가운데, 프리미엄 고량주 중심으로 판매량이 둔화되면서 가격이 하락하거나 소매가보다 실제 판매가가 더욱 낮은 '가격 역전현상'까지 연출됐다.
이로 인해 귀주모태나 오량액과 같은 대형 기업이 더욱 경쟁력을 얻는 분화(分化, 엇갈림) 현상이 심화됐고, 치열해지는 업계 경쟁에서 생존 여력이 더욱 축소된 일부 중소기업은 도태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다.
3) '신중론'에 가까운 업계 전망
향후 고량주 섹터의 전망에 대한 현지 전문기관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낙관론보다는 신중론에 가깝다. 현재 중국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눈에 띄는 판매 개선세나 단기적인 재고 압박 완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고량주 섹터가 전환점을 맞이하려면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2023년 하반기 고량주 시장에 대해 51.43%의 전문가가 당분간 관망세를 유지하겠다는 '신중론' 관측을 내놓은 것으로 집계됐다.
4) 현금흐름 둔화 , 상장사 분화
고량주 유통 업계의 압박이 생산업체로 확대되면서 일부 고량주 상장사의 경우 현금유동성 상승폭이 축소되거나 오히려 하락한 상태다.
업계의 분화(엇갈림) 현상 또한 심화되면서, 주류 브랜드와 비주류 브랜드의 실적과 재무건전성의 온도차가 더욱 극명해지고 있다는 것도 고량주 산업의 장기적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도전 중 하나다.
<고량주 투자 가이던스② 연내 전환점 도래, 기대해볼 만한 이유><고량주 투자 가이던스③ 장기적 조정에도 '안전 지대'는 있다>로 이어짐.
pxx1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