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수 59조 펑크…정부 "추경 없이 대응"
세수 부족 메우려면 불용예산 최소 8조 돼야
외평기금 활용방식도 우려…"좋은 선례 아냐"
[세종=뉴스핌] 성소의 기자 =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결손 사태가 발생하면서 나라살림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정부는 외국환평형기금과 세계잉여금을 끌어모아 쓰고, 불용 예산도 동원해 세수 펑크에 대응하겠다고 한 만큼 전 부처가 본격적으로 '지출 졸라매기'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당국은 인위적인 불용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당장 8조원의 불용 예산을 만들어내야 세수 부족분을 메울 수 있게 된다. 각 부처들은 '예산 아껴쓰기' 압박을 강하게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 올해 세수 59조 펑크…정부 "추경 없이 기금·잉여금 활용"
29일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국세수입은 예산(400조5000억원) 대비 59조1000억원 부족한 341조4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됐다.
당초 예상보다 60조원에 육박하는 세금이 덜 걷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결손이다. 올해 세수 예측 오차율은 14.8%로 결손 기준으로 역대 가장 큰 오차율이다.
이 가운데 지방정부에 내려가는 세수(23조원)를 제외하면 중앙정부가 순수하게 메워야 할 돈은 약 36조원에 달한다(그림 참고).
정부는 우선 '빚' 내는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없이 세수 부족 사태에 대응하기로 했다. 정부가 제시한 카드는 외평기금 등 기금 여유분(24조원), 세계잉여금(4조원), 불용 예산(미정) 등 세 가지다.
구체적인 예산 불용액은 연말에 확정되는 만큼 정확한 규모를 파악할 수 없다. 다만 36조원의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서는 최소한 8조원(36조원-28조원) 규모로 불용이 발생해야 한다.
'인위적인 지출 줄이기' 없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불용 예산을 활용하겠다고 정부는 재차 강조하고 있지만, 그 규모가 8조원에 미치지 못하면 안 되는 상황인 셈이다.
◆ 기금 활용해도 지출예산 8조 부족해…부처별 허리띠 졸라매기 돌입
'불용'은 단어 그대로 편성한 예산을 지출하지 않는 것이다. 통상 정부가 편성한 사업들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거나 기타 사정으로 사업 집행이 불가능한 경우에 발생한다.
불용 예산 규모는 해마다 들쑥날쑥이다. 지난해의 경우 불용 예산은 7조9000억원이었지만 재작년에는 3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재작년과 같이 불용액이 5조원도 채 되지 않을 경우 상황은 급박해진다. 재정당국이 불용액을 늘리기 위해 각 부처에 새로운 사업 시작을 자제하라는 압박을 가할 수 있다. 정부는 다만 "아직까지 인위적인 불용 필요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처럼 정부가 '예산 아껴쓰기'에 매몰될 경우 돈을 써야 할 곳에 쓰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경기가 어려울 때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출을 통해 민간 수요를 유인하거나 보강해야 하는데 경기 침체를 겨우 보완하는 데 그칠 수 있다.
이미 편성된 사업 예산 집행률이 떨어지면 공공서비스 공급이 그만큼 지연되거나 중단돼 사회적 후생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예산 아껴쓰기' 고육지책…경기회복 찬물 우려
전문가들은 8조원 규모가 예년 수준의 불용액이라고 본다. 재정당국이 무리하게 불용을 내진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불용보다 외평기금에서 거액을 끌어다 쓰는 게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재정정책에 능통한 한 교수는 "불용을 많이 시켜서 예정된 사업들을 확 줄이는 것에 대해 기재부 내부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판단한 던 것으로 보인다"며 "불용을 너무 크게 가져가려는 노력이 부작용만 낳고 적절치 않은 선택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평기금에서 거액의 돈을 받아서 쓰는데, 이것은 올해 찍어야 될 국채를 내년에 찍는 식으로 채권 발행을 내년으로 이월시킨 것"이라며 "적자를 내년으로 돌리는 것이라, 이 같은 재정운용 방식은 좋은 선례가 아니다"고 말했다.
soy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