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상권 편의점 중국인 결제↑
상권 살아났지만…롯데免 중국인 매출↓
따이궁 의존도만 확인한 셈
알선 수수료 인상까지 고심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중국인 관광객인 '유커'가 명동 상권에 돌아왔지만 해당 상권 내 면세점 매출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커로 인한 매출 회복을 기대했던 면세업계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18일 편의점 CU에 따르면 중국 국경절 연휴 기간( 9월29일~10월6일) 명동 상권 점포에서 중국인 결제 건수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57.8% 증가했다. 이는 중국 간편 결제 플랫폼인 유니온페이, 알리페이, 위챗페이의 결제 건수를 모두 합한 수치다.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중국인 관광객(유커)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사진=뉴스핌DB] |
MZ세대(1980년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 싼커(중국인 개별 여행객) 유입으로 전통 관광지인 명동의 인기가 예전보다 못하다는 말도 있지만, 서울 주요 상권 중에선 여전히 명동의 인기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같은 기간 주요 상권별 결제 건수 증가율을 보면 ▲압구정로데오 258.4% ▲성수동 116.8% ▲홍대 113.7% 등도 크게 증가했지만, 명동(357.8%)에는 못 미쳤다.
중국이 단체관광 비자 발급을 재개하며 이처럼 명동 상권은 살아났지만, 같은 상권 내에 있는 면세점은 그 수혜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같은 기간 롯데면세점 명동점에 방문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은 직전 같은 기간 대비 45% 증가했지만, 중국인 매출은 약 5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객 방문이 늘어났는데도 매출이 줄어든 이유는 따이궁(보따리상)의 발길이 끊겼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싹쓸이 쇼핑'을 즐기는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중국 최대 연휴 기간인 중추절, 국경절이 잇달아 있었고 이때 따이궁의 왕래가 줄어들어 업계 매출이 전반적으로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올리브영 명동 플래그십 전경.[사진=CJ올리브영] |
반면 명동 상권 내 올리브영 매장은 중국인 관광객 수혜를 제대로 누렸다. 연휴 기간 명동 상권 올리브영 매장의 중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1배(100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면세업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코로나 기간 동안 비정상적으로 치솟은 따이궁 알선 수수료를 정상화하며 유커가 따이궁의 매출 공백을 메꿔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오히려 따이궁에 대한 의존도만 확인한 셈이 됐다.
기대했던 만큼 유커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중국의 단체관광 비자 발급 재개 이후 치솟았던 면세점 주가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중국 정부의 발표가 있던 지난 8월 10일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의 주가는 전날 종가(7만4000원) 대비 17.3% 오른 8만6800원에 마감했지만, 지난 17일 종가 기준은 이전보다 더 낮은 7만500원이다.
기대보다 낮은 유커 효과에 면세업계는 따이궁 수수료 인상까지 고심하고 있다. 수수료가 올라가면 다시 수익성이 안 좋아지지만 매출 유지를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유커가 따이궁의 빈자리를 상쇄하는 효과를 내면 수수료를 10%대까지 인하할 계획이었다"라며 "하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30%대 밑으로 수수료를 낮추는 건 어려워 보이고, 수수료가 더 인상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