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등장에 '우리가 인증한다' 부처간 경쟁 과열 우려
산업부, 국제표준화 선점...과기부, 신뢰성 평가 시스템 구축
시장 "'제2 게임산업' 될까 걱정"...인증 전담기관 일원화 필요 지적
[대전·서울=뉴스핌] 김수진 기자 =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주도권 싸움이 인공지능(AI) 인증 분야로 번지고 있다. 아직 인공지능 인증·표준화에 대한 개념조차 애매한 상황에서 사업 성과를 놓고 부처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시장에서는 혼선이 일어나고 있다.
본격적인 시작은 챗GPT가 등장한 작년 연말부터다. AI를 '미래 먹거리'로 인식한 산업부가 AI 관련 산업에 대해 '표준화'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과기부와의 주도권 다툼이 시작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로고. [사진=과기부, 산업부] |
산업부는 발 빠르게 관련 분야 선점에 나섰다. 특히 그간 과기부가 연구해 왔던 AI 인증·표준은 '국내용 한계가 있다'며 국제 표준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목표다.
지난 5월 산업부 국가기술표준원은 AI국제표준화 전략 워크숍을 열고 국제 표준화 선도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이들은 민간 표준전문가들과 함께 표준화 협의체 활동을 강화하고 관련 기반 조성 등 전략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진종욱 국표원장은 "민관이 함께 AI표준화 전략을 마련해 국제표준화를 선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충북 음성에 위치한 산업부 국가기술표준원 2020.02.04 jsh@newspim.com |
문제는 그간 AI는 현실선 아직 접목하지 못한 과학기술로 인식돼 오면서 관련 기술이나 산업은 과기부가 주도해 오고 있었다는 점이다. 때문에 관련 사업은 '과기부 것'이라는 인식이 컸다. 그런데 산업부가 국제표준화를 표방하고 나서자, 과기부도 질세라 대내외적으로 AI 인증·표준 기준화를 강조했다.
지난 9월 과기부는 '대한민국 초거대 인공지능 도약' 행사를 통해 '인공지능 윤리·신뢰성 강화'를 선언하며 '우리 사업'임을 강조했다.
이날 이종호 과기부 장관은 "치안, 생성형 AI 기반 서비스 등 '분야별 특화 자율점검표·개발안내서'를 개발하겠다"며 과기부 자체 AI 인증 적용 분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공신력 있는 제3의 기관을 통해 평가하는 신뢰성 검인증 체계를 마련해 민간 자율 시행을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과기부 한 고위 관계자는 "챗GPT의 폭발적인 인기로 타 부처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AI 영역은 과기부 담당"이라고 주장하며 "인증·표준 등 사업화는 그간 AI를 맡아오던 과기부가 추진해야 할 분야"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0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대한민국 초거대 AI 도약 회의에 앞서 부스를 방문해 국내 기업들이 개발한 초거대 AI 서비스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3.09.13 photo@newspim.com |
문제는 두 부처 간 주도권 다툼으로 AI 인증·표준화의 핵심인 '신뢰성' 산업 발전이 오히려 뒷걸음질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AI 인증에 대한 개념조차 정립되지 못한 상황임에도, 우리나라 양 부처가 무턱대고 정책부터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먼저 국표원의 인증·표준화 방식을 AI에 접목하는 것은 다소 무리라는 지적이다. 한 출연연 연구원은 "성과를 당장 내야하는 산업부 입장에서 관련 인증 방식에 대해 제대로 연구하지 못한 채 인증방식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산자부에 주도권을 뺴앗기지 않으려는 과기부에서도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현재 과기부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를 통해 AI 신뢰성 인증 제도 시행을 위해 평가기준 마련 등 준비 작업을 착수한 상태로 인증제를 빠른 시일 내로 시작한다는 목표지만, 사실상 '산업부에 관련 사업 뺏기지 말자'는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과기부 내부에서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기부 한 관계자는 "AI 인증 관련 사업을 밀어붙인다는 염려가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며 "사업 선점은 좋지만 관련 기술이나 산업계에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부처 간 갈등으로 시장 불안은 상당하다. 산업부와 과기부 간 사업 주도권 싸움으로 과거 '게임산업' 이중 규제로 자멸했던 과거가 반복될까 우려된다는 목소리다.
AI 관련 기업 대표는 "시장 입장에선 산업부, 과기부 두 부처의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는데 심지어 양쪽에서 표준화 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더욱 힘든 상황"아라며 "그 과정에서 인증 능력이 떨어지는 기업들이 사이비처럼 등장하고 있다. 산업 활성화를 하려다가 오히려 '산업 저하'가 될까 우려된다"고 안타까워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1회 스마트 테크 코리아에서 관계자가 로봇 강아지를 시연하고 있다. 스마트 테크 코리아는 '미래를 연결하다(Connect the Future)'라는 주제 아래 스마트 테크 쇼, 인공지능 빅데이터 쇼, 디지털 유통대전, 메타버스 쇼, 로보테크 쇼 등 총 5가지 테마로 구성된다. 2022.06.08 pangbin@newspim.com |
일각에서는 AI 인증 관련 사업을 일원화하는 정부 기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종용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8월 전국경제인연합회 주관 'AI 기술현황과 국제규범 동향 세미나'에서 "영국은 디지털정책 일관성 확보를 위해 전담조직을 마련해 국가차원에서 관련 전략을 짜고 국제규범까지 제시하고 있다"며 "이점을 우리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치계는 관련 법제화에 먼저 나서야 한다는 모습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국내외적으로 AI 인증은 개념조차 아직 정립되지 못한 상태다, 우리나라도 미래 먹거리 활성화 차원에서 법제화 필요성에 따라 AI법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챗GPT 이슈로 AI 패러다임이 달라지면서 추진하던 AI 법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국회 차원에서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처 간 주도권 싸움으로 산업계에 피해가 온다면 이는 반드시 막아야 할 부분"이라며 "주의깊게 관련 사안을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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