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와 한미약품 결합, 오리온의 레고켐 인수
재무 안전성 탄탄한 기업들 투자에 '긍정' 평가
성공 확률 낮은 신약 개발…투자 지속 우려도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에 잇따른 이종(異種) 산업과의 합병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가운데 투자 업계는 바이오 시장 활성화 측면에서 호재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종 산업 간 합병이라는 이례적인 사례가 사업 모델로 자리 잡아 또 다른 딜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미약품 [사진=뉴스핌DB] |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한미약품(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과 글로벌 소재·에너지 전문기업 OCI(지주회사 OCI 홀딩스)의 통합에 이어 15일 제과 사업으로 알려진 오리온이 차세대 항암제를 개발하는 레고켐바이오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7703억원에 취득했고, 임주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10.4%를 소유하기로 했다. 이 같은 계약에 따라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가 됐다.
레고켐바이오의 지분 25.73%를 취득하게 된 오리온은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레고켐바이오를 계열사로 편입해 신약 개발 등 주요 사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OCI와 오리온의 투자 배경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제약·바이오와 관련 없는 두 기업이 대규모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신사업 확장 차원에서의 M&A로 볼 수 있지만, 신약 개발은 장기전인 데다 지속적인 자본 투입이 필수적인 만큼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를 두고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투자 업계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한 벤처캐피탈(VC)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분야는 연구개발(R&D) 과정에서 현금 출혈이 큰 업종이라 지속적으로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며 "OCI와 오리온 모두 현금 보유량이 많고 자금 유동성이 좋아 재무 안전성이 단단하게 구축된 기업들이기에 좋은 파트너십을 맺은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어 "각 기업의 합병이 바이오 시장 지수에 당장 눈에 띄는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사례와 데이터가 쌓이는 것만으로 투자를 기다리는 바이오 벤처 회사들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 산업 간의 결합이 향후 개발 권리 취득에 있어서 이견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 바이오 전문 투자 심사역은 "어느 정도 규모 있는 제약사가 핵심 기술을 갖춘 바이오 벤처 회사를 인수할 경우 특정 파이프라인을 개발할 때 항체의 어느 영역은 누가 가져가느냐를 두고 입장이 맞물릴 수 있다"며 "로펌이 개입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지만 차라리 제약·바이오 DNA가 없는 회사들과의 협업이 기술 권리 보호 측면에서 수월할 수 있다"고 봤다.
[로고=레고켐바이오] |
전문 애널리스트들도 한미약품과 레고켐바이오의 최대주주 변경으로 제약·바이오 분야의 사업성이 확장되고 추가 지분 거래 소식 또한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양사 모두 신성장동력으로 제약바이오 사업을 확보하려는 의지가 강한 대형 그룹사에 지분을 넘기며 향후 사업 전개에 다양한 지원이 기대되고 경영 권한을 유지하게 돼 긍정적"이라며 "2024년은 M&A와 기술거래가 활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술력과 안정적 사업을 보유한 우량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추가 지분거래 소식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반면 실질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사업에 진출했던 한화그룹과 롯데제약 등의 전례를 보면 대기업조차도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다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철수하거나 사업을 축소하는 실정"며 "OCI나 오리온 같이 제약·바이오에 대한 이해관계가 없는 기업이 과연 진정성을 가지고 투자에 나섰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제약·바이오 업계에 업력이 100년 이상 되는 회사들도 있지만 그동안 다른 사업군에 비해 성장을 못했다"며 "신약 개발이 그만큼 힘들고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개발에 성공했더라도 글로벌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