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광교 한라비발디 레이크포레' 등 흥행몰이 잇단 실패
"급할 필요 없다" 관망세 늘어난 청약시장...상품별 양극화 뚜렷
고분양가 논란, 고금리 부담에 미분양 증가 불가피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주택시장에 관망세가 늘고 상품별 양극화가 뚜렷해지면서 서울 대체지로 인기를 끌었던 경기도 청약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 원자잿값 상승으로 분양가가 가파르게 치솟아 소위 '로또' 청약이란 말이 무색한 상태다. 일부 단지는 분양가가 주변시세보다 높게 형성돼 있다. 청약시장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내 집을 마련하는 창구로 활용됐다는 점에서 최대 혜택이 사라진 셈이다. 경기침체로 집값이 추가 하락할 것이란 관측도 청약통장의 사용을 꺼리게 만드는 이유다.
◆ 대형 브랜드도 경기도 분양시장에서 '고전'
3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며 이달 경기도 지역에서 공급한 신규 분양단지가 청약 접수에서 대부분 미달 사태를 빚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지하철 연장 등의 개발호재도 청약 대기 수요의 눈길을 끌기에 역부족인 분위기다.
코리아신탁이 시행하고 HL 디앤아이한라가 시공하는 '서광교 한라비발디 레이크포레'는 지난 30일 진행한 청약 1순위 접수에서 공급물량을 모두 채우지 못했다. 222가구 모집에 270명이 신청했으나 일부 주택형에 신청자가 몰려 24가구가 2순위 청약으로 넘어갔다. GTX 노선 기대감이 있는 수원시 장안구 일대에 조성되는 데다 우측으로 경기대학교 수원캠퍼스, 광교역이 자리한 입지를 감안할 때 기대 이하의 성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최근 분양한 '김포 고촌센트럴자이'는 서울 접근성의 개선 기대감에도 청약 완판에 실패했다. 견본주택 내부 모습. [사진=GS건설] |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단지는 사태가 더 심각하다. 남광토건이 분양한 '안성 하우스토리 퍼스트시티'는 468가구 모집에 신청자가 14명에 불과했다. 일반물량의 97%인 454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흥행 부진으로 계약금과 중도금 유입이 막혀 정상적인 공사가 진행될지 미지수다.
GS건설과 현대건설, SK에코플랜트가 함께 공급한 '광명자이힐스테이트SKVIEW'와 진산건설이 분양한 '덕계역 진산 블루시엘'도 청약에서 일부 주택형이 잔여가구로 남았다. 이달 일반분양 물량 50가구 이상인 단지 중 경기도에서 1순위 청약을 마감한 단지는 용인시 기흥구 서천동에 짓는 '영통역자이 프라시엘'이 유일하다.
◆ 고분양가 부담에 집값 하락 우려...관망세 확산 불가피
고분양가 부담이 커진 데다 집값 하락세가 가팔라 청약시장 관망세가 더 확산할 여지가 있다.
내 집을 마련하려는 대기 수요자들은 급할 게 없는 상황이다. 주택경기가 차갑게 얼어붙자 계약금 인하, 중도금 무이자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사업장이 늘었다. 당장 주택을 매수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매수자 우위 시장이 좀 더 지켜본 후 시장에 참여해도 늦지 않기 때문이다.
주택수요가 상대적으로 탄탄한 수도권이라도 아파트 미분양을 안심할 수 없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1만 31가구로 전월(6998가구) 대비 43.3%(3033가구) 증가했다. 경기도는 5803가구로 전월(4823가구) 대비 20.3% 증가했다.
분양가 상승도 가파르다. 경기도 아파트의 3.3㎡당 분양가는 2022년 1578만원에서 지난해 1867만원으로 289만원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용 84㎡ 기준으로 분양가가 1억원 정도 높아졌다. 3.3㎡당 평균 분양가 3500만원을 돌파한 서울을 피해 경기도로 눈을 돌린 수요자들도 분양가 부담이 만만치 않은 셈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고금리와 원자잿값 상승으로 분양가 부담이 높아지면서 청약 미달하는 단지가 늘어나고 있다"며 "투자심리가 위축돼 아파트 상품성에 따라 청약 결과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양극화가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