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경기 부진에 건설사 부도, 폐업 증가세
부동산 PF 등 4월 총선 이후 부실 확산 우려
유동성 동맥경화 풀어야..건설업계 자구노력도 필요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건설경기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4월 총선이 끝나면 그동안 버티던 건설사들이 연쇄적으로 부도 처리될 것이란 이른바 '4월 위기설'이 재점화하고 있다.
이동훈 부동산부 차장 |
부실화 우려는 지난달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다소 잠잠해졌다. 하지만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시공능력평가 순위 10위권 내 기업도 워크아웃 후보군으로 거론되면서 시장 분위기가 다시 차갑게 얼어붙는 모양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부도가 난 건설업체는 총 5곳이다. 광주·울산 등 지역 전문건설사로,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업체가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폐업한 건설사도 늘었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폐업을 신고한 건설사는 571곳에 달한다. 부동산 활황기였던 2021년 같은 기간 폐업한 업체가 380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건설경기 악화가 심상치 않음을 반영한다.
암울한 부동산 지표를 보면 건설사의 연쇄 부도가 발생해도 이상할 게 없는 시장 환경이다.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으로 주요 건설사의 매출 원가율이 95%에 달한다. 매출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 코로나19 이전 85% 안팎에서 움직이던 매출 원가율이 10%p(포인트) 정도 치솟았다. 원가 상승으로 발주처에 공사비 증액을 요청해도 온전히 수용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건설업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부실 위기도 끝나지 않았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12월 1만8576가구로 전년 동월 7518가구와 비교해 44.4%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분양 사업에서 중도금과 잔금이 유입되지 않으면 시공·시행사 부도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아진다. 대구, 부산 등 지방 분양시장의 청약 미달사태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브릿지론 및 본 PF대출 금리가 15%를 넘나들고, 중도상환 압박까지 받는 상황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4월 위기설이 확산하면서 건설업계의 유동성이 말라가고 있다. 금융, 증권사들이 대출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을 우려해 건설사에 자금 융통을 꺼리고 있어서다.
차갑게 얼어붙은 주택 거래시장 정상화와 건설업계의 유동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건설업계의 주요 매출원이 주택 사업이다. 취득·보유세 인하, 규제지역 해제 등으로 거래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게 필수적이다. 3기 신도시 조성 사업, 대형 SOC 발주 등을 확대해 신규 매출원을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부실기업까지 살리는 지원책보다는 건설업 생태계의 체질개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자금력이 떨어지는 기업들이 시장에 난립할 경우 저가수주, 부실공사 등으로 공정한 시장 경쟁을 해친다.
건설사들이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려 경쟁력을 높이는 자구노력도 요구된다. 대형 건설사라도 매출에서 연구개발(R&D)이 차지하는 비중이 1%를 밑도는 게 현실이다. 국내 30대 기업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평균 5% 안팎이란 점과 비교할 때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정부의 지원과 건설업계의 뼈를 깎는 노력이 동반돼야 '4월 위기'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