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들 최근 5년간 평균 44개월 재임
조기 사임 제외하면 대부분 최대 임기 보장
이사진 교체 걸림돌, 임기단축 필요성 지적
금융지주 자구책 마련, 강제적 변화는 '경계'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오는 7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사외이사 임기보장 논란이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주요 금융지주에서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대부분 최대 임기에 근접한 수준까지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위해서라도 과도한 임기를 줄이고 객관적인 인물로 신속하게 교체하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6일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 지배구조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 최근 5년동안 퇴임한 사외이사는 총 37명이며 이들의 평균임기는 44개월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4.03.06 peterbreak22@newspim.com |
사외이사는 2년 임기를 기본(보장)으로 하며 이후 1년 단위로 연임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개인사정으로 기본 임기를 채우지 못한 인원을 제외하면 퇴임 사외이사의 평균임기는 4년에 육박한다. 통상적으로 기본 임기 이후 2년 이상을 보장받았다는 의미다.
지주별로 살펴보면 임기보장 사례는 더욱 두드러진다. 하나금융은 8명의 퇴임 사외이사 평균 임기가 63개월로 사실상 최대임기(6년)을 채웠고 KB금융(7명, 58개월)과 신한금융(9명, 50개월) 역시 5년 가량의 임기를 마친 후 퇴임했다.
6명이 퇴임한 우리금융은 평균 41개월로 3대 지주에 비해 소폭 적었으며 7명이 퇴임한 NH농협금융만 유일하게 기본임기 내인 23개월의 평균임기를 나타냈다.
임기보장 관행은 현 이사진에도 예외는 아니다. 현직 사외이사 37명의 평균임기 역시 기본 임기를 넘어선 34개월로 집계됐다.
지주별로는 하나금융(8명)이 43개월 가장 길었고 신한금융(9명)이 41개월로 뒤를 이었다. 최근 신규 사외이사를 선임한 KB금융(7명, 28개월)과 우리금융(6명, 28개월)은 기본임기에 근접했지만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4년 이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NH농협금융(7명)은 23개월로 가장 짧았다.
금융지주의 퇴임 및 현직 사외이사 임기를 살펴보면 개인사유로 인한 사임을 제외하면 대부분 최대임기까지 보장받고 있는 셈이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4.03.06 peterbreak22@newspim.com |
이 같은 임기보장 논란은 이사회 독립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지주와의 이해관계 속에서 선임된 인물이 장기간 자리를 지킬 경우 '감시와 견제'라는 이사회 기능 자체가 희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역시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책무구조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사외이사 임기 문제를 거론한 바 있다. 자연스러운 교체가 되도록 임기조정이 필요하다는 의사는 밝혔지만 지주사 경영에 과도한 개입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강제조항은 만들지 않았다.
책무구조도 도입으로 이사회 독립성 보장이 관심을 받자 각 금융지주들은 올해부터 세대교체라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은주 서울대 교수와 박선영 동국대 교수 등 여성 사외이사 2명을 신임 후보로 추천한 우리금융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기본임기 후 1년 연임을 결정할 때 객관적인 평가표를 도입하거나 아예 임기를 대폭 축소해 신속한 이사진 교체를 유도해야 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각 금융사들은 이 같은 지적에 상당 부분 동의하면서도 전문성이 뛰어난 특정 인물이 오랫동안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경우, 오히려 이사회 수준을 높이는 중요한 발판이 되기도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급작스러운 변화보다는 단계적으로 조율하겠다는 취지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이사회의 다양성을 넓히기 위해 유능한 외부 인사를 적극 발굴하고 있다"며 "임기단축 뿐 아니라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