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잠룡들 견제에 "다양한 의견 당연"...대권 행보 계속
정책적으로는 경제에 '올인'..."추경 위해서라면 민생지원금도 포기"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비명(비이재명)계의 '일극체제' 비판에도 연일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일부 친명(친명계) 의원들이 날 선 반응을 보였음에도 이 대표는 포용 행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양한 의견들을 잘 수렴하고 서로 토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회 당 대변인은 "서로 대척할 필요가 없다는 지도부 의견이 있었다. 당의 기조도 그렇게 잡아갈 생각"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설 연휴 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01.31 leemario@newspim.com |
이는 최근 야권 잠룡으로 꼽히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김부겸 전 총리, 김동연 경기지사 등의 비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민주당 지지율까지 흔들리자 비명계 주요 주자들은 이 대표 중심의 민주당을 비판하며 몸풀기에 나섰다.
친문(친문재인)계 적자로 꼽히는 김 전 지사는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내란 세력을 압도하지 못하는 제반 여론조사 지표는 우리에게 큰 숙제를 주고 있다"면서 "일극체제, 정당 사유화라는 아픈 이름을 버릴 수 있도록 당내 정치 문화를 지금부터라도 바꿔나가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한 그는 지난 총선 과정에서 비명계 인사들이 공천에서 탈락한 점을 언급하며 이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기꺼이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친문계인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달 24일 이 대표를 향해 "친명의 색깔만으로는 과반수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면서 "혼자 모든 걸 다 잘할 수는 없다. 최대한 연대하고 포용하고 통합해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당 안팎의 지적에 친명(친이재명)계 등 당내 반응은 부정적이다. 당 대변인인 한민수 의원은 지난달 31일 CBS라디오에서 "민주정당에서 누구나 그런 말씀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분이 지금은 빨리 내란 사태, 탄핵을 종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일부긴 하지만 지금까지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이 야당을 탄압할 때는 뭐 하고 있었느냐는 말씀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의원도 같은날 YTN라디오에서 "김경수 전 지사나 김부겸 전 총리, 김동연 경기지사, 김두관 전 장관도 (대선의) 꿈을 꾸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과연 그분들이 농사를 지었는가. 윤석열·김건희 정권을 위해 얼마나 기여했는가"라며 "우리가 승리를 위해 통합해야 하고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찻잔 속의 태풍'"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얼마든지 충고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지금 내란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보수들은 생명을 내놓고 싸우고 있는데 우리는 내부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게 결코 전열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 대표는 자칫 내부 분열로 커질 수 있는 상황을 중재한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 한 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가 누구라도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양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정책적으로는 경제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며 수권정당의 면모를 내세우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촉구하면서 "만약 정부여당이 민생지원금 때문에 추경을 못 한다면 민생지원금을 포기하겠다"며 "효율적인 민생지원책이 나온다면 아무 상관 없으니 어떻게 해서든 추경을 신속히 편성하길 다시 한번 권고한다"고 했다.
민주당의 대표 정책인 민생지원금을 포기하면서라도 실리를 챙기는 모습을 보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아울러 그는 연금개혁과 관련해서도 "초당적 협조를 통해서 연금개혁을 일부나마 시행했으면 좋겠다. 모수개혁부터 2월 안에 매듭짓자"며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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