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계대출 잔액 줄었지만 금리인하 원인은 외부 압박
"금리 결정, 시장 상황 아니라 외부에 의한 극단으로 흘러"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금융당국의 압박에 시중은행이 대출금리 인하에 나섰다. 서민의 금융부담 완화 차원에서 은행들이 금리를 내리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외부 압력으로 인한 결정이 악영향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2022.08.17 dedanhi@newspim.com |
신한은행은 지난달 14일부터 가계 대출 가산금리를 0.05~0.3%포인트(p) 내렸고, 우리은행은 지난달 26일부터 0.01~0.29%p 내렸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7일부터 은행채 5년물 금리의 지표로 삼는 가계대출 상품 금리를 0.04%p 내렸다.
부동산 시장 악화로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10개월 만에 감소한 것은 금리인하의 부담 완화 요인이 될 전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32조3656억원으로 전월(734조1350억원)에 비해 1조7694억원 줄었다. 주택담보대출이 580조1227억원으로 같은 기간 1조6592억원 늘었지만, 신용대출은 100조5978억원으로 3조54억원 감소했다.
그러나 최근 은행의 대출 금리인하에는 정치권과 당국의 압박이 컸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가산금리 인하 속도나 폭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한 바 있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지난 16일 "금리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대출 금리 전달 경로와 가산금리 추이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민주당 소속 국회 정무위원들이 은행연합회에서 IBK기업은행을 포함한 6대 은행장들을 만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는 금리인하에 대한 직접적인 요구가 없었지만, 서민 지원 등은 강조됐다. 민주당은 가산금리 산정체계를 공개하는 은행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5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역대 최대 수익을 올렸고 지난해 12월까지 5개월 연속 은행의 예대금리 차가 4개월 연속 커진 점을 고려할 때 은행들의 가계 대출 인하 움직임은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관치 금융은 커다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 초기, 은행의 금리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와 은행들이 금리를 대폭 내렸는데 이후 주택 가격 폭등과 가계 대출 확대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여러 문제들로 인해 당국에서 다시 금리를 올리라는 요구를 했는데 그동안 억눌려 있던 금리가 한꺼번에 오르다보니 실제 대출을 받은 서민들이 이자 폭탄을 맞았다"라며 "금리 결정이 자연스러운 시장 상황에 맞춘 것이 아니라 너무 양극단으로 정해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자연스러운 시장 상황이 아닌 지나친 외부 개입에 의해 금리가 결정되면 더 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 같은 정책 널뛰기 속에서 가장 큰 피해를 받는 것이 대출이 많은 서민이라는 점에 있다.
당국은 보다 면밀히 논의되고 현장과의 소통을 거친 정책을, 실제 은행들은 금리에 대해 올릴 때는 '팍팍' 내릴 때는 '찔끔'한다는 오해를 받지 않게 시장 상황에 맞는 금리 설정을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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