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구속기간 산정 판단에 대해 "재판부에 의견 개진"
尹 "대통령 구속 절차·실체 문제"...공수처는 유감 표명
법조계 "공수처, 절차적 정당성 지키지 않고 무리하게 구속"
[서울=뉴스핌] 김지나 박서영 김현구 기자 = 검찰이 내란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을 석방하라고 8일 지휘했다. 법원이 전날 윤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을 내린 후 이틀 만에 윤 대통령을 석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로써 윤 대통령은 구금 52일 만에 석방됐다.
대검찰청은 8일 "검찰 총장은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을 존중하며 특별수사본부에 윤석열 대통령의 석방을 지휘했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제97조에 따르면 구속을 취소하는 결정에 대해선 검사는 즉시항고할 수 있다.
또 형소법 제410조는 즉시항고가 제기되면 재판에 대한 집행정지의 효력이 있다고 규정한다. 만약 검찰이 윤 대통령 구속취소 법원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를 했을 경우 윤 대통령 구속은 유지될 수 있었지만, 검찰 측은 즉시항고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번 검찰 결정은 2012년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구속 집행정지 결정에 대해 검사가 즉시 항고할 수 있도록 한 형소법 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한 것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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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왕=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 세번째)이 윤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 2025.03.08 leehs@newspim.com |
대검은 "법원의 보석결정이나 구속집행정지결정 등 인신구속과 관련된 즉시항고 재판 확정시까지 집행을 정지하도록 한 종래 형사소송법 규정은 검사의 불복을 법원의 판단 보다 우선시하게 돼 사실상 법원의 결정을 무의미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헌무효라고 판단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와 헌법에서 정한 영장주의 원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즉시항고는 제기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취소 청구 인용 결정을 내린 후에도 빠르게 즉시항고에 대한 판단을 하지 못한 이유는 법원이 내린 구속기간 산정 기준 판단에 대해 검찰 수뇌부와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사이에 이견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윤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문에 '구속기간 불산입 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산정해야 하므로 검찰의 공소제기가 구속기간 만료 후 이뤄졌다'는 취지의 판단을 했다. 이와 관련해선 검찰은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검은 "구속기간 산정 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현행 법률 규정은 물론 오랜기간 법원과 검찰에서 형성해 온 실무례에도 부합하지 아니는 부당한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즉시항고를 통해 시정해야 한다는 특별수사본부의 의견이 있었다"면서 "이에 대해 위와 같은 헌재 결정 등을 감안해 본안 재판부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등 대응하도록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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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뉴스핌DB] |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구속기간 산정 방식에 대해 "통상적으로 '시간'이 아닌 '날'로 계산해왔다. 체포적부심사를 위해 소요된 날 수만큼 해당 기간을 구속기간에 더 추가시킨 것"이라며 "이제까지 이에 대해 문제 삼은 적이 없다. 법원이 피고인에 유리하게 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확인해 준 게 처음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수사팀 입장에선 1심 단계인 지방법원의 의견을 과연 우리가 따라야 하느냐 생각할 수 있다"면서 "최소한 비상상고나 즉시항고 등을 통해 대법원의 판결을 받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내부 의견이 있을 수 있고, 비단 윤 대통령의 문제가 아니라 검찰 전체가 지금까지 해온 법률상의 상위 문제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 구속과 관련해 검찰 결정이 늦어진 것을 두고 윤 대통령 측은 즉각 반발했다.
윤 대통령 측은 "서울중앙지법은 대통령에 대한 구속이 만기를 9시간45분 도과한 불법 감금이라는 점을 명확히 밝혔다"며 "또한 절차의 명확성과 수사 과정의 적법성 역시 다툼의 여지가 많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했고, 대통령의 구속은 절차적, 실체적 측면에서 모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처럼 중앙지법이 명백한 불법 구금임을 인정해 구속취소 결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24시간이 넘도록 석방 지휘를 하지 않았다"며 "심지어 대검의 석방 지시에도 불구하고 수사팀은 이를 거부하며 직무유기를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수처 역시 검찰 발표 이후 기자단 공지를 통해 "체포와 구속을 담당했던 수사기관으로서 구속기간 산정 문제 등과 관련해 상급법원의 판단을 받아보지 못하게 됐다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법원 판결은 공수처가 한 나라 대통령을 구속시키면서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지 않고 무리하게 한 것에 대해 경종을 울린 것"이라며 "서부지법에서 영장을 발부한 것 자체도 말이 많았는데 결국 이번 구속 취소 결정으로 이 부분이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