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코스닥 하락 개장후 낙폭 확대
대형주 약세...삼성전자 '6만' 붕괴
이차전지·반도체, 하락폭 가장 커
[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31일 한국 증시에 공매도가 약 1년 5개월 만에 전면 재개됐다. 지난해 11월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 사례가 적발되면서 공매도 거래가 전면 중단된 이후 처음이다. 거래 재개 직후, 제도 정상화에 따른 우려와 투자 심리 위축이 맞물리며 증시는 장 초반부터 급격히 하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74% 내린 2513.44로 출발했다. 개장 직후 매도세가 강하게 유입되며 지수는 빠르게 하락했고, 장중 낙폭이 2%를 넘어서며 2500선이 붕괴됐다. 오전 중에는 2493.12까지 하락하며, 오후 들어서도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코스닥지수도 1.49% 하락한 683.42로 출발해 약세 흐름을 보였다. 이후 낙폭이 확대되며 지수는 장중 670선까지 밀렸고, 오전 중에는 677선까지 하락했다. 오후 들어서는 670선 붕괴 가능성도 엿보이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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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초반부터 외국인 매도세가 집중되면서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일제히 하락했고, 공매도 재개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이 매도세를 더욱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공매도 수요와 대차잔고 증가, 미국발 대외 불확실성 등이 맞물리며 지수 하방 압력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재개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재부과 이슈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며 "그러나 이는 단기적인 쇼크로, 불확실성이 선반영된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변동성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공매도 재개의 충격은 외국인의 강한 매도세로 이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외국인은 1조1635억원어치를 순매도 중이며, 개인은 7387억원, 기관은 3367억원어치를 각각 순매수하며 대응하고 있다.
또한, 최근 급증한 대차잔고도 시장 부담을 키우고 있다. 대차잔고는 공매도를 위한 주식 차입 물량으로, 통상 향후 공매도 물량으로 이어질 수 있는 '선행 지표'로 해석된다. 대차잔고 주식수는 지난 2023년 11월 20억주를 넘긴 이후, 작년 8월엔 12억주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지난 28일 20억 4306만주로 다시 급증했다. 대차잔고 금액도 같은 기간 45조원에서 66조 6401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이차전지 관련주를 중심으로 대차잔고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최근 한 달간 에코프로의 대차잔고는 680만4918주, 에코프로비엠은 297만8409주 늘었으며, 현재 대차잔고 수량은 각각 1680만7456주, 1482만5410주로 코스닥 시장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이와 함께 LG에너지솔루션(-6.46%)은 같은 기간 대차잔고 금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종목으로, 이날 급락세를 나타냈다. 이외 포스코퓨처엠(-6.54%), 삼성SDI(-3.86%), 엔켐(-6.10%) 등 대차잔고 증가 상위권 종목들이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증권가는 이들 종목이 공매도 타깃으로 인식되며 단기 수급 부담이 가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공매도 재개 타격은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에 집중됐다. 삼성전자는 이날 장 초반부터 전 거래일 대비 1.83% 하락한 5만9100원에 거래되며 '6만전자' 지위를 다시 내줬다. 이는 지난 25일(종가 5만9800원) 이후 4거래일만의 6만원선 붕괴다.
SK하이닉스는 장중 3.6% 하락한 19만2200원, 한미반도체는 11% 급락해 6만8350원까지 내려갔다. 이외 현대차(3.71%), 기아(3.04%), 삼성바이오로직스(2.76%), 셀트리온(4.4%) 등도 하락 중이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차잔고 비중이 높던 2차전지, 반도체 업종 중심으로 매물이 집중되면서 주가 급락이 나타났다"며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도 아시아 증시에 동반 낙폭을 유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공매도 타격이 우려됐던 방산·조선주는 선전했다. 현대로템은 이날 오전 2.46% 상승했고, LIG넥스원도 1.65% 오르며 강세 흐름을 보였다. 한화오션 등 조선주는 보합권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들 업종이 가격 부담과 대차잔고 증가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종목군으로 분류되면서 단기 수급 흐름이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한편, 이번 공매도 전면 재개는 지난 2021년처럼 일부 종목(코스피200, 코스닥150)에 국한된 제한적 조치가 아닌, 전체 상장 종목(약 2700개) 대상으로 확대된 만큼 단기 충격은 불가피했다. 하지만 개인과 기관 간 공매도 상환 기간, 담보비율 등 거래 조건이 동일하게 조정되면서, 제도적 공정성은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개인 투자자 보호와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해 '공매도중앙점검시스템(NSDS)'을 이날부터 공식 가동했다. 이 시스템은 실시간으로 매도 주문과 대차잔고를 모니터링하며, 무차입 공매도 등 불법 거래를 즉각 적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재개 시점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이슈까지 겹쳐 매도 명분이 강화된 것"이라면서도 "시장 밸류에이션이 낮고 외국인 보유 비중도 높지 않기 때문에, 하락 압력이 장기화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nylee5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