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전합 회부 이후 10일 만에 선고
1심 집유에서 2심 무죄로 뒤집혀
벌금 100만원 확정시 李 피선거권 박탈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오는 5월 1일 나온다. 선고 결과에 따라 이 후보의 정치적 운명이 결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법원은 다음 달 1일 이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기일을 진행한다고 29일 밝혔다. 지난 22일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에 회부된 이후 단 열흘 만에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대장동 개발사업의 핵심 실무자였던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및 백현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일부 발언이 허위사실에 해당한다며 이 후보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나 2심은 1심을 뒤집고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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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혐의' 1심 속행 공판에 출석 하고 있다. 2025.04.29 leemario@newspim.com |
◆ 李, 상고기각 시 대선가도 이상 無…파기환송 시 '정치적 책임' 급부상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판단하는 사실심이 아닌 원심판결의 법리 적용 문제를 판단하는 법률심이다. 원심의 법리 적용이 문제가 없었다면 형을 그대로 유지하는 상고기각, 법리 적용이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파기환송을 통해 사건을 하급심에서 다시 심리하도록 한다. 선거법 사건에선 상고기각이 대부분이며, 파기환송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다만 이 후보 사건은 하급심 판단이 달랐던 만큼 파기환송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는 상황이다.
전합이 이 후보 사건을 상고기각할 경우 이 후보는 무죄를 확정받게 된다. 이 경우 이 후보는 본인을 둘러싼 '사법리스크'를 또 한 차례 걷어내게 되고, 이후 대통령 선거까지 큰 무리 없이 치룰 수 있을 전망이다. 이 후보는 현재 대통령 후보군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다.
전합이 이 후보 사건을 파기환송할 경우 이 후보는 다시 재판을 받게 된다. 대법원의 판단은 기속력(구속력)이 있기 때문에 사건을 받은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판단 취지에 따라 재판을 진행하게 된다.
만약 대법원이 이 후보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다면, 파기환송심은 이에 따라 재판을 진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파기환송심이 대법원과 다른 판단을 할 순 있지만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문제는 이 파기환송심도 심리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파기환송심 선고가 나오기까진 일정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고, 조기 대선이 열리는 오는 6월 3일 이전까진 결론이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결국 파기환송도 이 후보의 대선 출마에 큰 걸림돌은 되지 않지만,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정치적 책임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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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 [사진=뉴스핌DB] |
◆ 대법원의 자체판단 '파기자판'…가능성은 크지 않아
이 후보 사건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이다 보니 일각에선 '파기자판'이 거론되고 있다. 파기자판은 대법원이 원심판결을 파기한 경우 1·2심이 조사한 증거에 의해 판결하기 충분하다고 인정한 때 사건에 대해 직접 판결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파기자판은 애초 비율이 매우 낮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대법원이 파기자판을 하면서 이 후보에게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할 경우, 대법원이 이 후보의 대선 출마를 직접 막는 모양새가 돼 지나친 '정치 개입'으로 비칠 여지가 크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확정받으면 당사자는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공직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유일한 변수는 대법원의 선고 시점이 매우 이르다는 부분이다. 만약 대법원이 대선 후보 등록에 매우 근접하거나 후보 등록 이후 이 후보의 피선거권을 박탈했다면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 후보를 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아직 후보 등록이 진행되지 않은 만큼 이 후보의 대선 출마가 막히더라도 민주당은 대선 후보를 추릴 시간적 여유가 있다.
한편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 22일 사건을 전합에 회부하고 당일과 지난 24일 합의기일을 진행하면서 이례적으로 사건 심리에 속도를 냈다.
전합은 종전의 판례를 바꾸는 등 사회적 파장이 큰 중요 사건을 다룬다. 이번 사건의 경우 조 대법원장이 대선이 약 한 달밖에 남지 않았고 이 후보가 유력 대선 후보인 점, 이에 국민적 관심도가 매우 높았던 점 등을 고려해 심리에 속도를 낸 것으로 해석된다.
통상 전합은 재판장인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나머지 대법관 12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되지만, 이 사건에선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인 노태악 대법관이 회피신청을 하면서 총 12명이 심리하고 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