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들, '사연' 만들어 신뢰 얻고 접근
'앱 설치 유도→영상확보→금전요구' 방식
[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트위터에서 만난 여자가 야한 영상통화를 하자고 했어요. 돈을 보내지 않으면 제 영상을 지인들에게 당장 유포한다고 협박했어요. (사진이) 제 아들한테도 가고, 딸한테도 가고..."
지난 7월 경찰청이 공개한 '몸캠피싱' 피해자 인터뷰 일부다. 몸캠피싱은 디지털 성범죄이자 온라인 사기 범죄 중 하나다. 온라인 채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피해자에게 음란채팅이나 영상통화를 하자고 유도하고 피해자의 알몸 등 신체가 노출된 영상을 녹화한 뒤 이를 빌미로 가족이나 지인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금전을 갈취하는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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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구성한 몸캠피싱 유포 협박 과정. [사진=경찰청] |
29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몸캠피싱은 데이팅앱, 언어교환앱, 오픈 채팅, SNS에 접근하는 방식 등으로 시작된다. 이후 '자꾸 영상이 끊긴다, 다른 앱을 설치해 영상 통화를 하자', '소리가 안 들리니 이 파일을 깔아달라' 등의 방식으로 악성 앱 또는 해킹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앱으로 피해자의 핸드폰 주소록, SNS 계정 팔로워 목록을 확보한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얼굴, 성적인 부위 노출 장면 등을 확보하면 본색을 드러낸다.
목적은 돈이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돈을 보내주지 않는다면, 피해자의 신체가 노출된 사진 등을 주변 사람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한다.
몸캠피싱 피해자 A 씨는 데이팅 앱에서 만난 외국인에게 피해를 겪었다. "갑자기 뜬금없이 '벗은 몸을 보여달라'는 식으로 요구하는 게 아니라 나름 사연을 만들어 접근한다"며 "'영화에서 나온 장면을 따라 하자', '마침 부모님이 없다'는 식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 B 씨는 언어 교환 앱에서 만난 외국인에게 피해를 봤다. B 씨는 "일상적인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핫한 대화를 하자'고 해서 응했는데 갑자기 인스타그램 팔로워들에게 유포한다고 협박하며 금전을 요구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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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캠피싱 피해 발생 과정. [사진=경찰청 제공] |
그는 "가해자가 '삭제할 테니 100만 원을 달라', '다른 SNS에 올리지 않을 테니 300만 원을 달라', "영구 삭제 비용이 든다. 500만 원을 달라' 등으로 지속해서 금액을 올려 협박했다"며 "패닉에 빠져 계속 돈을 송금하다가, 더 보낼 돈이 없어 겨우 신고하게 됐다"고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몸캠피싱 발생 건수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크게 증가했다. 신고 건수는 ▲2019년 1824건 ▲2020년 2583건 ▲2021년 3026건 ▲2022년 4313건 ▲2023년 3545건으로, 2019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실제 피해 건수는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 몸캠피싱을 당한 사람들이 피해 사실이 알려지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며 신고 자체를 꺼리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몸캠피싱은 피해자들 스스로가 떳떳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가해자는 돈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경향이 있어 빠른 신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중앙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 관계자는 "가해자가 분 단위로 협박하고 모든 사람이 내 영상을 보게 될 것이라는 수치심을 느낄 수 있겠지만 가해자들에게 휘둘리면 안 된다"며 "가해자의 요구를 들어줄 때 협박이 더 강하게 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chogi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