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일본 전기차(EV) 시장이 수입차 업체들의 가격 경쟁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중국 비야디(BYD)가 초저가 전략으로 판을 흔들자, 현대자동차와 미국 테슬라까지 가세하며 일본 완성차 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
◆ 비야디, 일본 최저가 EV로 공세 강화
비야디는 9월 말까지 한시적 가격 인하에 나섰다. EV 세단 '실(Seal)'과 소형 EV '돌핀(Dolphin)'뿐 아니라 4월에 출시한 SUV '시라이언7(Sea Lion 7)'까지 할인 대상에 포함됐다.
할인 폭은 50만~117만엔(약 1100만원)으로, 일본 내 비야디 차량 가격 인하 가운데 가장 크다. 실의 사륜구동 모델은 117만엔을 낮춰, 이미 시행 중인 기간 한정 할인과 합치면 455만엔부터 구입할 수 있다.
최저가 EV인 돌핀은 50만엔 인하된 249만2000엔부터 시작한다. 이는 닛산자동차의 경형 EV '사쿠라'(259만9300엔)보다 10만엔 저렴해, 경차를 포함한 승용 EV 가운데 일본 내 최저가가 된다.
EV 구매 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을 적용하면 최저 149만엔부터 구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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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디 돌핀 [사진=비야디] |
비야디가 일본 사업 확대를 서두르는 데는 중국 시장에서의 고전이 배경에 있다. 7월 전 세계 신차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0.6% 증가한 34만4296대로, 6월까지 10%를 넘던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됐다.
5월 하순 중국 내에서 단행한 가격 인하는 현지 시장의 가격 경쟁을 선도한다는 이유로 업계 단체와 타 자동차 기업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중국은 과당 경쟁 상태에 있으며, 비야디조차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중국 내 경쟁 격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EV 시장 성장 여력이 큰 일본 판매를 강화해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 비야디의 2025년 1~7월 일본 판매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한 1936대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
2026년 하반기에는 경형 EV도 출시할 예정이다. 일본 전용의 새로운 플랫폼을 독자 개발해, 닛산·미쓰비시자동차 등의 경형 EV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목표다.
◆ 현대차·테슬라도 가세
비야디의 공세에 현대차와 테슬라도 일본에서 가격을 대폭 낮추며 EV 전쟁에 합류했다.
현대차는 8월 29일 자사 웹사이트에서 기간 한정 할인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기간은 12월까지이며, 인하 폭은 4만7000~158만엔이다. 주력 EV '아이오닉5'는 158만엔 낮춰 391만엔, '코나'는 98만3000엔 인하해 301만엔부터 판매한다.
앞서 5월에는 테슬라도 일본에서 기간 한정 할인에 나섰다. 이로써 일본 EV 시장은 중국·한국·미국 3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을 펼치는 구도로 빠르게 전환됐다.
일본 업체 중에서는 혼다가 경형 EV 'N-ONE e:', 스즈키가 첫 EV 'e-비타라', 닛산자동차가 신형 '리프'를 올해 안에 투입할 예정이다. 저가 전략을 무기로 일본 시장을 공략하는 수입차 업체들에 맞서 대응에 나선다.
다만 일본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낮아, 브랜드력·품질·충전 인프라 등 차별화 포인트를 강조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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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아이오닉 5 [사진=현대차그룹] |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