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화장실·쓰레기 회수는 北 최고지도자 의전 매뉴얼
과거에도 회담 전 의자 소독·금속탐지기 점검까지 동원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국무위원장)이 베이징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마친 뒤, 수행원들이 김 위원장이 사용한 흔적을 꼼꼼히 닦아내는 모습이 포착됐다. 전문가들은 이를 외국 정보기관의 첩보 활동을 차단하기 위한 '보안 의전'의 일환으로 해석했다.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 출입 기자인 알렉산드르 유나셰프는 이날 자신의 텔레그램에 김 위원장의 수행원 2명이 회담실 내부를 정성스레 청소하는 영상을 공유했다. 의자의 등받이와 팔걸이, 김 위원장 옆에 놓였던 탁자가 닦였고, 사용했던 유리컵도 치워졌다.
그는 "협상이 끝난 뒤 북한 대표단은 김 위원장의 흔적을 철저히 지워버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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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북-러 정상회담 후 북한 수행원이 김 위원장이 앉았던 의자를 닦는 모습, 자료= 알렉산드르 유나셰프 텔레그램 갈무리koinwon@newspim.com |
일본 닛케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용 열차를 타고 베이징으로 이동하면서도 늘 그렇듯 '전용 화장실'을 휴대했다. 이는 배설물을 통해 건강 상태와 관련된 단서를 외부에 노출하지 않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북한 전문가인 마이클 매든 객원 연구원은 "김정일 시대부터 내려온 표준 의전"이라며 "전용 화장실과 쓰레기 봉투는 머리카락·피부 조직·담배꽁초 등 생체 샘플이 외국 정보기관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샘플은 김정은의 건강 이상을 파악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과거에도 이 같은 의전을 반복해왔다.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미·북 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의 경호원들은 숙소 바닥을 막고 수 시간 동안 청소했으며, 침대 매트리스까지 반출한 장면이 목격됐다.
2018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의 남북정상회담에서도 경호원들이 김 위원장이 앉을 의자와 책상을 소독제로 뿌리고 닦은 뒤 착석을 허용했다. 2023년 푸틴과의 정상회담 전에도 수행원들은 김 위원장의 의자를 소독제로 닦아내고, 금속탐지기로 좌석을 확인하는 장면이 영상에 담겼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