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한국-일본 피폭자 증언대회' 개최
원폭 피해자들 "핵 없는 세상 위한 연대"촉구
[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ㅤ1945년 일본에 핵폭탄 투하 당시 피해를 입은 한국과 일본의 피폭자들이 일본과 미국 정부에 사죄와 보상 촉구와 함께 국제사회 연대를 요청했다.
이들은 10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서울 중구 YWCA 회관 대강당에서 연 '한국-일본 피폭자 증언대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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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원폭 80년·해방 80년을 맞아 '일본-한국 피폭자 증언대회'가 1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YWCA 회관 대강당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개최되었다. 이자리에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다나카 시케즈미 일본 피단협 공동대표,이기열 한국원폭피해자협회 전 부회장,야마다 히데키 전 일본민주의료기관연합회 의사가 참석했다. 2025.09.10 yym58@newspim.com |
일본 원수폭 피해자 단체 협의회(일본피단협) 다나카 시게미츠 대표위원은 4세 때 나가사키 원폭 핵심지 인근에서 피폭당한 경험을 증언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행정 단위 기준으로 피해자를 정하면서 오랜 기간 피폭자로 인정받지 못했으며 29년이 지나서야 피폭자로 공식 인정됐다고 밝혔다.
다나카 대표는 "당시 피폭자 대부분은 묘한 냄새를 풍기고 살가죽이 벗겨지는 등 이게 정말 인간이 맞나 싶은 상태였다"며 "치료하려 해도 물자가 부족해 할 수 있는 건 소금물을 뿌려 몸을 닦고 구더기와 유리파편을 제거하는 게 고작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은 인간을 증발시키고 불태워 죽였다. 60만명 이상이 피폭됐고 1945년 말까지 20만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했다"며 "연합군최고사령부(GHQ)는 국제 적십자 소속 의사단 파견과 의약품 제공 요청을 거부하고 언론통제를 실시해 참상을 은폐했다. 피폭자를 실험동물 취급해 조사만 할 뿐 일절 치료해 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일본 정부도 이 방침을 쫓아 12년간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1956년 8월 결성된 일본피단협의 활동으로 2021년 1월 핵무기금지조약이 발효됐고 2024년에는 일본피단협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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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원폭 80년·해방 80년을 맞아 '일본-한국 피폭자 증언대회'가 1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YWCA 회관 대강당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개최된 가운데, 행사에 참석한 다나카 시게미츠 일본 피단협 공동대표가 증언하고 있다. 이자리에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다나카 시케즈미 일본 피단협 공동대표,이기열 한국원폭피해자협회 전 부회장,야마다 히데키 전 일본민주의료기관연합회 의사가 참석했다. 2025.09.10 yym58@newspim.com |
다나카 대표는 "피폭자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 계속해 피폭 체험을 전하고 있다"며 "핵무기와 인간은 공존할 수 없다. 인류가 핵무기로 인해 자멸하지 않도록 핵무기도, 전쟁도 없는 세계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전했다.
한국 원폭 피해자인 이기열 한국원폭피해자협회 전 부회장은 피폭 피해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 전 부회장은 1945년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지 5개월 만에 피폭 피해를 입었다.
그는 "80년이 지난 지금도 수많은 수술과 질병, 호흡곤란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며 "현재 한국에 생존한 피해자 약 1580명이 고통 속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원폭 투하 책임을 인정하고 일본은 전범국으로서 피해자에게 사죄와 보상을 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도 원폭 피해자와 후손에 대한 철저한 실태조사와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히로시마에서 2살 무렵 원폭 피해를 본 심진태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은 "향후 평화공원이 조성돼 미래세대에게 핵 위협, 평화교육 중요성을 알렸으면 한다"며 "세상을 떠나기 전 미국 정부와 전쟁 가해국 일본으로부터 반드시 사죄와 배상을 받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1945년 8월 6일 새벽 3시 30분 인류 역사상 최초의 핵폭탄 '리틀보이'(Little boy)가 일본의 산업도시인 히로시마에 투하됐다.
이 핵폭탄은 히로시마 반경 3km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순식간에 14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당시 히로시마의 인구 42만명 중 한국인은 14만명에 달했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는 한국인 사망자는 3만여명, 피해를 본 사람은 약 5만여명으로 추정한다.
사흘 뒤 8월 9일에는 나가사키에 핵폭탄 '팻맨'(Fat Man)이 떨어졌다. 4만~7만명의 시민들이 한순간에 목숨을 잃었다. 이 중 1만여명은 한국인으로 알려진다.
chogi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