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미국 대법원에서조차 제동이 걸리면 미국의 재정상태는 단기적으로 더 불량해질 수밖에 없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이코노믹스(BE)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부지런한(?) 관세 발굴로 미국의 실효 관세율은 16.3%로 높아져 있다.
그 절반 가량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관세 덕분이다. 교역국 상당수에 부과한 상호관세, 그리고 향정신성 의약물질 펜타닐 유입을 차단하려 캐나다와 중국, 멕시코의 일부 제품에 매긴 관세(25%)가 여기에 해당한다.
IEEPA 발동에 근거해 부과된 해당 관세들은 사법부 하급심에서 두 차례 위법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트럼프 행정부(법무부)의 즉각 상고로 이 사안은 연방 대법원의 최종심을 기다리고 있다. 그 첫 심리는 11월 첫째주 열린다.
지난 8월 한달 동안 미국 정부가 거둬들인 관세 수입은 295억달러로 1년전 관세 수입(70억달러)의 4배를 넘어섰다. BE의 계산대로면 대법원이 문제의 관세들에 퇴짜를 놓을 경우 재무부 계좌에 매월 꽂히는 관세 수입은 절반(8월 기준, 140억~150억달러)으로 줄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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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월별 관세 수입 추이 [사진=블룸버그] |
월간 300억달러에 육박한 관세 수입에 고무됐던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연간 관세 수입이 3000억달러를 웃돌 수 있어 재정적자 감축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대법원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면 이러한 재정추계는 크게 헝클어진다. 연간 3000억달러의 관세 수입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렇다고 연간 2조달러 속도로 불어나는 재정적자를 메울 정도의 수입원은 아니다.
2025 회계연도 들어 11개월(2024년 10월~2025년 8월) 동안 미국의 관세 수입은 1719억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연간 관세 수입(770억달러)의 2배를 넘어섰지만 해당 기간 새로 불어난 재정적자는 2조달러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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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연간(회계연도) 관세 수입액 추이. 2025년의 경우 2024년10월~8월까지. [사진=블룸버그] |
아직 한 해를 다 채우지도 못했지만 이러한 재정적자 규모는 연간 기준으로 코로나 팬데믹으로 재정지출이 급증했던 2020년과 2021년에 이어 역대 세번째로 크다. 경제가 급격한 침체에 빠지지도 않았는데 그러하다.
월간 관세 수입이 295억달러로 늘어난 8월 한달 동안에만 미국의 재정은 3450억달러의 적자를 냈다. 1년전보다 15% 늘어난 규모다. 8월 불어난 재정적자는 주로 법인세 수입 감소에 근거한다. 재무부는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영향인지에 대해서는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의 퇴짜로 트럼프 정부가 그간 거둬들였던 관세를 환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면 단기적으로 재무부의 현금 사정은 많이 나빠질 수 밖에 없다. 이를 충당하려면 일정 기간 재무부는 자금 조달(국채발행) 속도를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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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 미국의 월간 재정수지 추이 [출처 = 美재무부, 연방준비제도] |
물론 재무부도 대법원 패소에 대비해 플랜 B를 마련해 놓았다고 밝혔다. 관세법 338조와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301조 등을 동원해 관세 상실분을 충당하려 들 것으로 예상된다.
울프 리서치의 토빈 마커스 미국 정책 담당 헤드는 "패소시 트럼프 행정부는 다른 법에 근거해 그만큼의 관세를 다시 부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일회성 관세 환불 이슈는 (채권시장이) 무시할 만하다"고 말했다.
반면 TD증권은 "최근 여러 신용평가사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수입이 미국 부채 경로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평가한 점을 감안할 때 상당 규모의 관세 환급은 정부 재정에 부담을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근거법에 의지해 관세 추징에 나선다 해도 그러한 관세 개편 과정에서 생겨날 추가적인 정책 불확실성은 기업과 경제 전반에 비용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며 "그에 따른 성장 둔화와 노동시장 약화가 세수 감소로 이어지면 재정적자폭은 더 커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osy7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