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바이오, MASH 치료제 '페고자페르민' 개발
로슈, ETNB 인수로 대사질환 포트폴리오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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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현영 기자 = 미국 바이오테크 기업 89바이오(종목코드: ETNB)의 주가가 18일(현지 시각) 뉴욕증시 장중 전일 대비 86.39% 폭등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스위스 제약사 로슈(RHHBY, ROG.SW)가 최대 35억 달러 규모로 89바이오를 인수한다고 발표한 직후 89바이오 주가는 전일 종가 8.08달러에서 15.06달러로 치솟으며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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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바이오 로고 [사진 = 업체 홈페이지 갈무리] |
◆ 로슈의 전략적 인수
이번 인수 거래에서 로슈는 89바이오 주주들에게 상당한 프리미엄을 제공했다. 주주들은 주당 최대 20.50달러의 현금을 받게 되는데, 이는 거래 완료 시 주당 14.50달러와 성과 달성에 따른 조건부 가치권 주당 최대 6달러로 구성된다. 주당 14.50달러는 17일 종가 8.08달러와 비교하면 79.46%의 프리미엄을 제공한 것이다.
나스닥 상장 중인 89바이오의 주가는 18일 미국 장 개장 직후 86% 급등한 반면, 로슈 주가는 유럽 장외 거래에서 큰 변동 없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는 시장이 이번 인수를 로슈에게 전략적으로 긍정적인 거래로 평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 89바이오, MASH 치료제 개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89바이오는 2018년 설립된 임상 단계 생명공학 회사로, 간 질환 및 심장-대사 질환 치료제 개발과 상업화를 전문으로 한다. 현재 기업 가치 12억 달러 규모의 후기 단계 바이오제약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회사의 핵심 파이프라인은 MASH(대사기능 장애 관련 지방간염) 치료제 개발에 집중되어 있다. MASH는 비만, 제2형 당뇨병, 고혈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지방간 질환의 일종으로, 현대 사회의 대표적인 대사질환 중 하나다. 특히 주목받는 것은 페고자페르민(pegozafermin)으로, 간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화학구조를 모방하여 포도당과 지질 대사를 조절하는 약물 후보물질이다.
페고자페르민은 현재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위한 임상시험 후반 단계에 있으며, 지방간 질환 및 중증 고중성지방혈증 등 비만 관련 질환 치료 효능을 검증받고 있다. 89바이오의 제품 개발 파이프라인에는 이 외에도 FGF21, NASH(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 등이 포함되어 있어 대사질환 분야에서 포괄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 로슈의 대사질환 시장 공략 전략
이번 인수는 로슈가 대사질환 분야, 특히 급성장하는 비만 치료제 시장 진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 로슈 그룹의 토마스 쉬네커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페고자페르민이 비만의 가장 흔한 합병증 중 하나인 MASH에 대한 혁신적인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복잡한 질병과 관련된 다양한 환자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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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슈 로고 [사진 = 블룸버그 통신] |
로슈 제약의 테레사 그레이엄 CEO는 인터뷰에서 "우리는 앞으로 심혈관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이 되고자 하며, 비만 분야 선도가 이를 실현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만 시장은 매우 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당히 세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금까지 보아왔던 것보다 훨씬 더 환자 중심적인 시장이 될 것이며, 이것이 바로 앞으로 몇 년 동안 우리 포트폴리오가 목표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 체계적인 M&A 전략으로 시장 지배력 구축
이번 89바이오 인수는 로슈의 체계적인 대사질환 분야 인수합병(M&A) 전략의 일환이다. 로슈는 2023년 12월 주사제와 정제 형태의 실험적 비만 치료제를 보유한 미국 제약회사 카못 테라퓨틱스(Carmot Therapeutics)를 31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어 2024년 3월에는 덴마크의 질란트 파마(Zealand Pharma)가 개발 중인 혁신적인 비만 치료제에 대한 권리를 53억 달러에 확보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비만 치료제 시장은 일라이 릴리(LLY)와 노보 노디스크(NVO)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로슈는 차세대 치료법과 관련 질환에 대한 잠재적인 약물 조합을 통해 시장에서 미래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 시너지 효과와 미래 전망
로슈는 이번 계약을 통해 심혈관, 신장, 대사질환 분야에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현재 진행 중인 기존 프로그램과의 잠재적인 병용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비만 또는 과체중 관련 질환 환자를 위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대폭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89바이오 측은 이 거래가 현재 임상시험 후반 단계에 있는 핵심 자산 페고자페르민의 잠재력을 시장이 충분히 인정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팩트셋이 집계한 컨센서스 추정에 따르면, 페고자페르민은 2028년부터 수익 창출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며, 2030년에는 연간 매출이 20억 달러에 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스위스 투자은행 본토벨의 슈테판 슈나이더 애널리스트는 고객 메모에서 "이번 인수는 로슈의 전략에 부합하며, 회사의 후기 단계 파이프라인을 다른 약물과의 병용 요법 기회를 제공하는 잠재적 블록버스터로 채운다"고 평가했다.
거래 완료 후 89바이오는 로슈의 제약 사업부에 편입될 예정이며, 로슈는 이번 거래가 올해 4분기 중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imhyun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