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 인하에도 변동성 우려…XRP·도지 ETF 美 증시 데뷔 '대박'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비트코인 가격은 19일 장중 11만7000달러를 뚫었으나 다시 후퇴하며 11만6500달러선에 거래되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25bp(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차분하게 소화하고 있다.
한국 시각 19일 오후 8시 20분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0.50% 내린 11만6490.06달러, 이더리움은 1.22% 하락한 4520.95달러에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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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가격 차트, 자료6=야후 파이낸스, koinwon@newspim.com |
비트코인 시장은 연준이 금리를 내리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 기반 상장지수펀드(ETF)의 신속한 승인을 위한 새로운 상장 기준을 승인하는 등 호재가 쏟아졌음에도, 하락 가능성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옵션 거래소 데리빗(Deribit)에 따르면, 최근 투자자들은 상승에 베팅하는 콜(매수)옵션보다는 하락에 대비하는 풋(매도)옵션을 더 비싸게 사들이고 있다. 모든 만기 구간에서 풋옵션 가격이 콜옵션보다 높게 형성된 것이다.
루크 스트리저스 데리빗 CEO는 "투자자들이 여전히 하방 변동성을 의식해 풋옵션으로 위험을 헤지하고 있다"며 "콜옵션을 팔아 프리미엄을 챙기는 흐름까지 겹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위쪽으로 치고 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데리빗의 DVOL 지수(30일 내재변동성)는 현재 약 24%로 2년 만의 최저치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변동성이 낮으면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콜옵션을 사들이며 가격 상승 기대가 높아진다. 하지만 현재는 오히려 모든 만기(7일, 30일, 60일, 90일)에서 풋옵션이 더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시장의 불안 심리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옵션 시장에서 자주 쓰이는 '스큐(skew)'라는 지표도 이를 뒷받침한다. 스큐는 콜과 풋 간 내재변동성 차이를 나타내는데, 양수면 강세 기대, 음수면 약세 기대를 뜻한다. 현재 비트코인 옵션 시장에서는 7일·30일·60일·90일 구간 단기 스큐가 모두 음수(풋 강세)를 보이고 있다. 장기인 180일물만 중립적이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이 단기적으로는 조정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고 보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두 가지로 본다. 첫째, 연준의 금리 인하가 이미 상당 부분 시장에 선반영돼 있었기 때문에 '호재 소멸'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 둘째, 향후 경기 둔화가 위험자산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스트리저스 CEO는 "연준 결정 직후 일부 낙관론은 사라졌다. 지금 시장은 다음 촉매가 나타나 교착 상태를 깨주기를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데리빗의 글로벌 영업 총괄인 시드라 파리크도 비슷한 해석을 내놨다. 그는 "비트코인 옵션이 이제는 미국 S&P500 지수 옵션처럼 움직이고 있다"며 "이는 시장이 성숙했다는 신호이지만, 동시에 투자자들이 점점 더 신중해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특징은 최근 비트코인·이더리움·XRP 투자자들 사이에서 커버드콜 전략이 유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유 중인 현물을 담보로 콜옵션을 팔아 옵션 프리미엄을 수취하는 방식이다. 이는 추가 수익을 가져다주지만, 동시에 상승 여력을 제한한다. 이 전략의 확산 역시 풋옵션 쏠림, 즉 하방 방어 심리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편 미국 증시에서는 리플(XRP)과 도지코인(DOGE) 현물 ETF가 나란히 데뷔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18일(현지시간) 상장된 REX-오스프리 XRP ETF(티커:XRPR)는 첫날 거래량이 3770만 달러에 달하며 올해 ETF 가운데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도지코인 ETF(티커:DOJE)도 1700만 달러의 거래량으로 올해 ETF 데뷔 상위 5위에 올랐다.
블룸버그의 에릭 발추나스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이더리움 외 대체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 수요가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XRP는 시가총액이 씨티그룹을 추월했고, 발행사 리플은 미국 은행 라이선스 취득도 추진 중이다.
이번 흥행은 미국 SEC가 암호화폐 ETF 상장 규정을 간소화해 승인 기간을 기존 240일에서 약 75일로 줄인 직후 나왔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