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BBC 인터뷰 "북미 간 합의땐 동의"
김위원장 직접 "아직도 트럼프와 좋은 추억"
트럼프, 10월 방한 계기 북미 정상회담 주목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김종원 선임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하는 대신 당분간 생산을 동결하는 데 합의한다면 한국도 이에 동의할 수 있다고 22일 보도된 영국 BBC 인터뷰에서 밝혔다.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이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날 수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좋은 추억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고 22일 아침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특히 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발언이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사실상 확정되고, 미중 정상회담까지 한국에서 열리는 상황이어서 북미 정상 간 깜짝 만남이 성사될지도 주목된다.
![]() |
[워싱턴 로이터=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5.08.26 photo@newspim.com |
이 대통령은 이번 BBC 단독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약간의 신뢰도 있는 것 같다"면서 북미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을 "현실적 가능성도 상당 수준 있다"고 봤다.
이 대통령은 이를 통해 남과 북, 미국이 원하는 세계 평화와 안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북핵 해법과 관련해 "북한이 당장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미래 비핵화 약속은 하지 않는 미국과의 합의를 한다면 이를 받아들이겠냐"는 질문에 "일종의 잠정적 응급 조치로서 핵 개발과 수출, 미사일 개발 등을 현 상태에서 멈추는 것 자체도 군사 안보적인, 또 평화라는 측면에서 유익한 점이 분명히 있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그것이 '최종 합의다, 끝이다'라고 한다면 동의하기 어렵겠지만, 잠정적으로야 얼마든지 동의할 수 있다"고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위해서 성과 없는 시도를 계속할 것이냐, 아니면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일부라도 그 목표를 이뤄낼 것이냐가 문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비핵화가 한미의 확고한 목표이기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10월 말 경주 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반도에서의 김 위원장과의 깜짝 재회 가능성도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김 위원장은 전날인 21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14기 13차 회의에서 육성 연설을 통해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갖고 있다"고 직접 밝혔다.
김 위원장은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해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우리 국가수반과 현 미국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고 한 적은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직접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김 위원장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며 비핵화 의지가 전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뉴스핌] |
북핵 해법과 관련해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유엔에서 이 대통령이 비핵화에 대한 기본적인 접근법에 대해 말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북핵 동결이나 중단이나 그 자체가 목표 아니고 비핵화로 가는 지점 중에 하나다"고 설명했다.
위 실장은 "북한이 더 이상 핵·미사일 영역을 강화하지 못하게 하고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감축과 폐기의 중간 지점 중에 하나가 동결이나 중단"이라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하나의 좌표가 만들어지면 그 과정을 계속하기 위해서 대응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그 중 하나가 전면 제재 완화나 해제가 아니라 일부 완화하는 것이며 서로 협상하며 단계적으로 주고받기 조치하는 과정에서 제재 완화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들어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 어려운 발걸음을 하는 계기에 김 위원장 간의 4차 만남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미 간의 대화의 물꼬가 조금이라도 트이고 미중 정상회담과 한미·한중 정상회담으로 남북미중 간의 새로운 모멘텀이 형성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kjw86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