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폐해 없는 범위 내 금산분리 과제 완화 검토하라"
대통령실 완화 검토…정부, 은행 규제 완화는 고려 안해
은행권 "정부·민주당에 완화 제안", 법안 조정서 완화 가능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독점의 폐해가 없는 안전장치가 마련된 범위 내에서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은행권에서도 첨단산업 투자의 길이 열릴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오픈AI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위해 월 최대 웨이퍼 90만장 규모의 고대역폭메모리 공급을 요청한 것에 대해 "막대한 투자 재원을 조달해야 할 텐데 규모가 워낙 크다"며 "투자 재원 조달 시 독점의 폐해가 없다는 안전장치가 마련된 범위 내에서 금산분리 규제 등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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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5차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5.07.24 [사진=KBS 캡처] |
금산분리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이 서로의 지분을 일정 기준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한 규제다. 과거 대기업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소유 금융기관이 재벌기업의 사금고로 전락하고, 이로인해 소비자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로 1982년 도입됐다.
이 규제에 따라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4%만 보유할 수 있으며, 은행 역시 비금융 분야 기업의 자본을 15% 이상 소유할 수 없다. 금융지주회사는 비금융회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할 수 없다.
대통령실은 금산분리 완화를 위해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와 협의할 뜻을 밝히는 등 향후 금산분리 완화 움직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은행권에서는 금산분리 완화 흐름을 통해 은행권의 비금융 분야 투자가 가능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현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생산적 금융을 위해 유망한 스타트업 등에 투자를 하려고 해도 15% 이상 주식을 소유할 수 없는 금산분리 조항 때문에 어렵다는 입장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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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CI. |
은행권에서는 향후 정부 및 여당에 금산분리 완화를 제안할 계획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 같은 흐름이 좋은 기회이긴 하다"라며 "은행들과 논의해 적절한 시기에 정부에 규제 완화를 제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와 함께 더불어민주당에 금산분리 완화 필요성을 적극 주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은행권의 노력이 받아들여진다면 은행 역시 AI 등 첨단전략산업의 기업에 적극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한편, 금융위원회에서는 전날 이 대통령의 금산분리 완화 발언이 금융권의 산업 지분 보유 제한 완화를 두고 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로서는 은행의 산업 지분 완화 규정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금산분리 완화를 위해서는 공정거래법의 수정이 필요한데, 이것이 이뤄질 경우 연동된 자본시장법의 수정을 통해 금산분리 규정의 완화가 가능하다. 그러나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현 금산분리 완화로 인해 금융권에도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금산분리에 대해 분명한 의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이 AI,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대한 금산분리 완화 의지를 밝히면서 향후 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은행권에도 보다 완화된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은 적지 않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