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내각 붕괴되면 조기 총선 가능성 매우 커질 전망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프랑스 정국이 파국이냐, 안정이냐를 가를 운명의 순간으로 치닫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총리가 내각 구성을 끝내고 2026년도 긴축 예산안을 통과시키려 하는 반면, 야권의 극우와 좌파 진영은 새 내각에 대한 의회 불신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르코르뉘 내각이 또 다시 붕괴한다면 마크롱 대통령은 야당의 주장대로 조기 총선을 실시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게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프랑스 정치권에서는 이번 르코르뉘 총리 사퇴 정국을 계기로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조기 총선에 대한 주장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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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8일(현지시간) 백악관 회담 후 주미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 받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프랑스 엘리제궁은 12일(현지 시간) 마크롱 대통령이 이날 르코르뉘 총리가 제출한 내각 명단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르코르뉘 2기 내각은 마크롱 대통령의 범여권과 중도우파 공화당, 시민사회 출신 인사 등 장·차관급 총 34명으로 구성됐다. 지난 정부에서 자리를 맡았던 일부 인사는 그대로 유임됐다.
프랑스 치안을 담당하는 내무장관엔 로랑 누네즈 파리경찰청장이, 노동장관엔 장피에르 파랑두 전 프랑스 철도공사(SNCF) 대표가 임명됐다.
롤랑 레스퀴르 재무장관과 제랄드 다르마냉 법무장관, 장 노엘 바로 외무장관, 라시다 다티 문화장관, 필리프 타바로 교통장관, 아니 제네바르 농업장관 등은 유임됐다.
이에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6일 사직서를 제출했던 르코르뉘 총리를 10일 다시 총리로 임명했다. 르코르뉘 총리는 다시 중책을 맡게 되자 이틀 만에 새 내각 명단을 작성해 마크롱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르코르뉘 총리에게 인사에 대한 전권을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르코르뉘 총리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연말까지 내년도 예산을 마련할 임무를 부여받은 정부가 구성됐다"며 오직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국가의 이익"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도 예산안을 통해 재정적자 규모를 반드시 줄여야 한다"면서도 야당과의 협상을 위해 내년 적자 목표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4.7%에서 5% 사이로 제시했다. 올해 프랑스 정부의 적자 규모는 5.4%로 예상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르코르뉘 총리는 화요일(14일)에 새 내각을 소집해 내년도 예산안 초안을 확정하고 이후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예산안이 제출되면 상·하원에서 70일간의 협상 절차를 거쳐 연말까지 (예산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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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하지만 야당 내 강경 세력들은 즉각 새 내각을 붕괴시키겠다고 위협했다.
극우 성향인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원내대표는 "우리가 주장해온 바와 같이 현 정부는 RN과 그 동맹에 의해 불신임당할 것"이라며 "우리 당은 월요일에 르코르뉘 내각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극좌 정당인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소속의 마틸드 파노 의원도 엑스에 "새 내각에 들어간 사람들에게 한 가지 조언을 하겠다. 짐을 너무 빨리 풀지 말라"고 했다. LFI는 르코르뉘 내각을 무너뜨린 뒤 마크롱 대통령의 퇴진을 밀어붙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프랑스 정치권 안팎에서는 중도좌파로 평가되는 사회당·녹색당과 중도우파인 공화당의 입장이 마크롱 정권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르코르뉘 총리가 공화당의 이탈을 막으면서 사회당·녹색당과의 협상을 성공으로 이끌 경우 내년도 예산안 파탄과 내각 붕괴를 모두 막을 수 있다.
사회당은 내년도 예산안 통과와 르코르뉘 내각에 대한 지지의 조건으로 마크롱 대통령의 대표 정책인 연금 개혁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공화당은 연금개혁안이 중단되거나 후퇴할 경우 정부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공화당은 이날 새 내각에 참여한 6명을 제명했다. 이전 내각에서 내무장관을 맡았던 브루노 레타유 공화당 대표는 "이제 우리 당은 더 이상 정부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FT는 "르코르뉘 내각의 운명이 곧바로 시험대로 오르게 됐다"며 "국민연합을 제외한 대부분의 정당은 조기총선을 원하지 않지만 예산안 등 주요 쟁점에서 의견 차이가 너무 커서 타협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