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홀딩스, 애경산업 지분 63%를 4700억 원에 매각
태광, 제조업 중심에서 소비재로 체질 전환 모색
잔금 납입·향후 사업 재편 투자 자금 조달 부담
실적 부진·중국 의존 심화 속 브랜드 경쟁력과 글로벌 리뉴얼 전략 '관건'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애경산업이 태광그룹 품에 안기면서 K뷰티 시장의 지형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태광은 전통 제조업에서 소비재로 눈을 돌리며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섰지만, 인수 자금 조달과 글로벌 시장 확장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 지주사 AK홀딩스는 전날 태광산업·티투프라이빗에쿼티(PE)·유안타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과 애경산업 지분 63.13%(보통주 1667만 주)를 4700억 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번 거래로 애경산업의 기업가치는 약 7445억 원으로 평가됐으며 최근 주가 대비 87.8%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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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그룹 지주사 AK홀딩스는 전날 태광산업·티투프라이빗에쿼티(PE)·유안타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과 애경산업 지분 63.13%(보통주 1667만 주)를 4700억 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사진=챗GPT] |
태광이 웃돈을 얹고서라도 애경을 품은 배경은 분명하다. 석유화학·섬유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화장품·생활용품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아 체질을 개선하려는 것이다. 태광은 지난 7월 화장품·에너지·부동산 등 신사업에 내년까지 1조5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거래 종결까지 필요한 인수 잔금 조달은 여전히 부담이다. 태광은 절반은 자체 출자, 나머지는 사모펀드 자금을 활용하는 구조로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추후 사업 재편과 신성장 투자에 들어갈 재원 조달은 더 큰 과제다. 태광은 자사주 담보 교환사채(EB) 발행, 신주·우선주 신설 등 다양한 방안을 병행하고 있지만 실제로 가용 가능한 현금은 제한적이다. 보유 현금성 자산이 약 1조9000억 원으로 추산되지만 기존 운영과 신규 투자 수요를 고려하면 여력이 충분치 않다. EB 발행을 둘러싼 주주 반발과 법률 리스크도 부담이다. 자금 마련이 순조롭지 않으면 인수 이후 애경산업의 사업 재편과 글로벌 전략 추진에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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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산업 사옥외관. [사진=애경산업 제공] |
애경산업의 글로벌화 성공 여부도 관건이다. 1954년 설립된 애경은 케라시스·2080 같은 생활용품과 AGE20's·루나 등 화장품 브랜드를 앞세워 한때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과 함께 '뷰티 빅3'로 불렸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트렌드 변화와 경쟁사 공세 속에 입지가 약화돼 지난해 매출 6791억 원, 영업이익 468억 원에 그쳤다.
특히 해외 확장에서 부진한 행보가 뚜렷하다. 매출 구조상 중국 의존도가 높았고 북미·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는 유통망과 브랜드 인지도가 부족했다. 업계에서는 태광으로부터 자본이 투입되면 글로벌 유통 채널 확보와 SNS 기반 마케팅 강화 등 새로운 시도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지만 태광이 전통적인 B2B 기업인 만큼 B2C 글로벌 시장에서 마케팅 역량을 얼마나 발휘할지는 의문이라는 신중론과 후발주자로서 글로벌 K뷰티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이 교차한다.
그럼에도 애경이 보유한 브랜드 경쟁력은 무시하기 어렵다. 특히 AGE20's는 국내 파운데이션 시장에서 11년 연속 1위를 기록하며 독보적 입지를 유지했고 에센스 팩트 기술 등 제품 혁신을 기반으로 30여 개국에서 판매되는 등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다만 이런 장점을 글로벌 도약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리뉴얼, 현지화 전략, 적극적인 마케팅 투자 등 후발주자로서 반드시 필요한 과제들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이행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관건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K뷰티의 흥행 배경으로 트렌디한 제품력과 온라인 기반의 글로벌 마케팅이 주효하게 꼽히는데, 그간 애경산업은 이러한 측면에서 부진한 성적을 이어온 바 있다"라며 "K뷰티 흥행 속에서도 본업(뷰티)에 대한 부진한 성적을 내고 애경산업과 기존 B2B 사업 중심의 태광산업이 긍정적인 시너지를 내려면 PMI(인수 후 통합) 이상의 발전 의지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