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술이전 실적 18조 돌파
알테오젠·리가켐 유력 후보로 거론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국내 바이오텍 에이비엘바이오가 글로벌 빅파마 일라이 릴리와 대규모 딜을 체결하면서 후속 기술이전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다음 타자가 될 유력 후보로 알테오젠과 리가켐바이오 등 플랫폼 기술을 앞세운 기업들이 거론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비엘바이오는 전날 릴리와 뇌혈관장벽(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Grabody-B) 기술이전 및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금은 4000만 달러(약 585억원)로 에이비엘바이오는 향후 개발과 허가 및 상업화 마일스톤 등으로 최대 25억 6200만 달러(약 3조 7487억원)를 수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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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4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 그랩바디-B 플랫폼을 4조 규모에 기술이전하는 성과를 냈다. 계약에 따라 GSK는 그랩바디-B를 활용해 복수의 새로운 표적 기반 치료제를 개발할 권리를 확보했다. 해당 계약은 에이비엘바이오가 올 1월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GSK와 미팅을 가진 후 3개월 만에 성사돼 주목을 받았다.
에이비엘바이오가 올해 들어 글로벌 제약사와 잇따라 대규모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그랩바디-B 플랫폼 기술의 경쟁력이 꼽힌다. 이 기술은 뇌혈관장벽(BBB) 탓에 약물이 뇌에 전달되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자 개발됐다. IGF1R(인슐린유사성장인자 수용체)을 매개로 약물이 BBB를 안정적으로 통과하도록 설계됐으며, 항체뿐 아니라 siRNA, ASO 등 다양한 모달리티에 적용 가능한 확장성을 갖췄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단일 파이프라인을 넘어 다양한 적응증으로 확장 가능한 플랫폼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에이비엘바이오의 뒤를 이을 기술이전 주자로 피하주사(SC) 변경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알테오젠의 추가 기술이전 소식과 리가켐바이오의 ADC 후보물질 및 패키지 딜 성사 가능성이 제기된다.
알테오젠은 SC 제형 플랫폼 'ALT-B4'을 머크(MSD)에 기술이전한 기업이다. 최근 이를 키트루다에 적용한 '키트루다 큐렉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상업화에 성공하면서 지속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했다. 정맥주사(IV) 치료제를 SC로 변경하고자 하는 수요가 높아지면서 ALT-B4는 제형 혁신의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ALT-B4 플랫폼은 항체제형 뿐만 아니라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다양한 모달리티로 확장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리가켐바이오의 ADC 플랫폼 기술도 주목을 받는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일본 오노약품공업과 L1CAM 타깃 ADC 후보물질 LCB97과 함께 자사의 콘쥬올(ConjuALL) 플랫폼을 포함한 패키지딜을 체결해 새로운 기술이전 모델을 제시한 바 있다. 최근 유럽임상종양학회(ESMO)와 세계폐암학회(WCLC) 등 주요 국제 학회에서 유의미한 임상 성과를 공개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유망 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한 바이오텍들도 기술이전 후보로 꼽힌다. 오스코텍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ADEL-01'은 유한양행에 기술이전한 레이저티닙의 뒤를 이을 후속 파이프라인 중 하나다. 이 후보물질은 현재 미국 임상 1상 단계로, 전임상에서 우수한 인지 기능 개선 효과가 입증됐다. 변형된 아세틸화 타우 단백질(아세틸 타우, tau-acK280)을 선택적으로 인식하는 구조로 다른 알츠하이머 치료제와 차별화된 기전을 지녔다.
디앤디파마텍의 대사이상지방간염(MASH) 치료제 'DD01'또한 기술이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최근 열린 미국간학회(AASLD) 연례학술대회 '더 리버 미팅(The Liver Meeting) 2025'에서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했으며, 지방간과 섬유화 지표, 간효소, 지질대사, 체중 등 복합적 대사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MASH와 비만·대사질환을 포괄하는 차세대 후보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전통 제약사들의 기술이전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동제약은 최근 경구용 GLP-1 비만치료제 'ID110521156' 의 임상 1상 결과 4주 투여 후 최대 13.9%의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하면서 기술이전 기대감을 키웠다. 회사는 내년 글로벌 임상 2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글로벌 기술이전 등 상용화와 관련된 파트너링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술이전 규모는 18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 기록한 최대 실적(13조8000억원)을 뛰어넘은 수치다. 업계와 증권가는 연말과 내년 초 추가 기술이전과 임상 결과 발표 등 굵직한 발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기술수출 규모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라며 "확장성이 큰 플랫폼 기술을 중심으로 후속 기술이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s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