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국민연금 개입...'전략적 환헤지' 본격화 전망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국민연금과 한국은행은 15일 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서 올해 말 만료되는 65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FX Swap) 계약을 연장한다.
동시에 국민연금은 해외투자 자산의 환헤지 비율을 최대 10%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의결 안건으로 내놨다. 현재 국민연금의 환위험 관리는 기존 5% 한도의 '전술적' 외환익스포저 관리에 사용된다. 여기에 10% 한도의 전략적 환헤지까지 더해지면 총 15% 한도까지 환헤지가 가능하다.
이는 해외투자 확대와 외환시장 안정을 조화시키기 위한 '뉴 프레임워크'(new framework) 구축 작업의 일환이다. 달러/원 환율이 고공행진하면서 비상이 걸리자 정부 차원의 환율 안정책을 본격화한 것이다.

통화스와프는 일정 기간 동안 서로 다른 두 통화를 교환하는 계약으로 국민연금이 해외투자를 위해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에서 달러를 조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세계 3대 연기금으로서 해외 주식·채권 등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다. 해외 자산 투자를 하려면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야 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달러를 직접 매수할 경우 달러/원 환율에 영향이 커질 수 있어 통화스와프 제도가 부상했다.
국민연금과 한국은행의 통화스와프 계약은 2022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에 따른 달러 수요가 늘면서 달러/원 환율이 1440원 초반을 터치하는 등 외환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100억 달러 규모로 도입했다.
이후 지난해 6월 통화스와프 한도 규모를 기존 대비 5배 높인 500억 달러로 늘렸고 같은 해 12월 650억 달러 규모로 추가 확대, 해당 계약이 이달 말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통화스와프 연장 결정과 더불어 한도를 더 확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근 달러/원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국민연금의 달러 활용처로 해외투자 뿐 아니라 환율손실을 막기 위한 '환헤지'가 추가됐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연금은 올해 달러/원 환율 1473~1480원 안팎에서 이른바 '전략적 환헤지'를 가동한 바있다. 달러/원 환율 변동성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향후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활용도는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7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민연금 환헤지에 대해 "국민 노후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은 바 있다. 이 총재는 "(국민연금이) 해외로 돈을 많이 가져갈 때는 원화 가치 절하, 가지고 들어올 때는 절상이 발생한다"며 "절하 국면에서는 원화 표시 수익률이 높아지지만, 장부상 수익률이 높다고 해서 노후 자산이 커지는 것은 아니므로 환헤지 등으로 수익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이는 '뉴프레임워크'를 통해 국민연금 수익성과 외환시장의 안정을 조화시키겠다고 밝힌 구윤철 부총리의 발언과도 일맥상통한다. 구 부총리 또한 외환시장 관련 기자회견에서 뉴프레임워크를 설명하며 "연금이 향후 3600조원 수준으로 늘고 해외투자가 늘어나면서 우리 시장에서는 달러 수요로 달러가 부족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달러를 매각해 원활히 바꿔야 하는 시점에서는 대규모 해외자산 매각에 따른 환율하락 영향으로 연금 재원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외환시장의 안정성과 연금의 장기 수익률을 함께 고려하는 새로운 운용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최근 달러/원 환율은 1470원~1480원 범위를 넘나들며 연중 최고 수준을 위협하고 있다. 1500원대 돌파 가능성도 나온다. 이번 통화스와프 연장과 함께 국민연금과 한국은행이 새롭게 내세운 '뉴프레임워크'가 외환시장 안정장치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romeo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