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배규민 기자] “부디 신한은행을 지켜달라….”
고(故)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이 남긴 육성 녹음이다. 95세로 노환으로 죽기 며칠 전, 자신이 일군 신한은행에 남긴 마지막 메시지다. 21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태평로 소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이 회장의 추모식에 그의 마지막 당부가 흘러나왔다. “신한은행은 여러분(재일교포주주와 직원들)이 일군 가장 큰 자부심이다. 부디… 잘 지켜달라.”
한 임원은 “이 회장이 신한금융 내분사태로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으면 이런 말까지 했겠느냐”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이 회장은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3월 초 재일교포 모임에 참석해 “최근 여러 가지 일로 심려를 끼쳐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또 “신한은 여러분들이 일군 자부심이니, 잘 부탁드린다”며 끝까지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그가 별세한 때가 3월 21일이니, 죽음을 앞두고서도 신한은행을 위해 뛰어 다닌 것이다.
추모식에 참석한 신한금융 내분 사태의 주역인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은 내내 침통한 모습이었다. 라 전 회장의 눈가에는 눈물이 흘렀다. 두 사람은 추모식 후 각자 기자들에게 “마음이 너무 복잡하다” 면서 “지금 심정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며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은 추모사를 통해 “신한은행 창립총회 때 신한은행을 국내 최고 은행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씀하셨던 약속을 확실히 지키셨다”며 “이제 신한이 세계적 금융회사로 발전하는 것은 우리의 몫으로 알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고 이희건 명예회장은 그 자체로 신한”이라면서 “생전에 늘 강조하셨던 도전, 개척, 용기의 정신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힘주어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신한은행 역대 은행장을 포함해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등 국내 금융기관장들과 정몽준 국회의원, 이상득 국회의원 등 정재계 인사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 고(故) 이희건 회장은
고 이희건 명예회장은 1917년 경상북도 경산군의 가난한 농가에서 6남매 중 2남으로 태어났다. 열다섯 살에 돈을 벌기 위해 혼자 일본으로 건너가 자전거 타이어 장사를 시작했다. 1955년에 대판흥은이라는 신용조합을 설립하면서 금융과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다.
1974년에는 재일한국인본국투자협회를 설립하고 이를 발판으로 1977년 제일투자금융을 출범시켰다. 1982년 7월 일본 전역에 산재해 있던 340여명의 재일동포들로부터 출자금을 모집해 순수 민간자본 은행인 신한은행을 설립했다.
1990년 3월 신한생명보험, 1991년 신한리스 설립을 주도해 1985년 6월에 증권업에 진출한 신한증권과 함께 신한금융그룹이 은행, 단자, 증권, 보험, 리스 등 금융의 각 분야에 참여하는데 기여했다. 일본과 한국의 민간외교 역할을 톡톡히 했으며,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100억엔을 모아 한국에 보내는 등 고국에 대한 기여도를 인정받아 무궁화훈장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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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배규민 기자 (kyumin7@y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