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화요일 미국 증시가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완화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배경으로 급등했다. 다우지수는 무려 3%나 오를 정도였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이 일련의 암울한 거시지표와 실적 동요에 놀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관이나 개인 투자자들 모두 이미 경기 부양이나 증시 부양 정책이 나올 것이란 기대에 익숙해진 모양이다.
월가 구루나 유력 경제전문가들은 모두 이번 주말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에 추가 양적완화 도입'충격요법'은 없을 것이니 너무 기대는 하지 말라는 주문을 내놓은 상태.
물론 금융시장이 기대를 먹고 사는 동물이라는 점에서 이미 현실화될 가능성이 떨어지는 경기침체 위협을 다 반영했다거나 나오지도 않을 증시 부양책에 대한 기대를 한껏 펼쳐보이는 것이 크게 잘못이랄 수만은 없다.
경제전문가나 투자전략가들 모두 "경기침체 가능성은 1/3 혹은 반반에 이르며, 제3차 양적완화 정책이 도입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도망칠 구멍을 남겨두었고. 이런 점에 시장이 천착하거나 밀어부친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 시장의 기대와 현실 사이의 '구멍', 얼마나 되나?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버냉키 의장은 이번 잭슨홀 연설에서 전혀 새롭거나 파격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현실적이다. 그는 다만 좀 더 상황을 관망하면서 가용 정책 수단을 열어두고 점검하는 자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의결권이 없기는 하지만 유명한 강경파인 제임스 블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경기가 더 크게 악화되면 추가 완화정책을 취할 수 있고 또 나도 이를 지지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전혀 아니"라고 최근 한 외신매체와의 대담에서 밝힌 바 있다.
그리고 너무 기대를 많이 한 시장은 이 때문에 다시 큰 변동성에 노출될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뱅크오브뉴욕 멜런의 수석외환전력가 사이먼 데릭은 "금융시장이 버냉키 연설에서 너무 큰 정책기조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 같은데, 우리가 보기에는 그렇게 되려면 금융시장 여건이 훨씬 더 격력하게 나빠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은 버냉키의 '실탄'이 아직 다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데 기대를 걸고 있을 수 있다. 골드만삭스의 분석가들은 "고객들과 만나 본 결과 투자자들은 잭슨홀에서 자산매입과 관련된 논의가 없으면 크게 실망할 수 있는 상황에 있다"고 지적, 월가가 버냉키를 압박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골드만의 분석가들은 "이런 기대에는 연준이 시중금리를 낮추기 위해 보유한 국채를 10년물 이상으로 만기를 늘리는 방법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QE3 도입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내외 비판 고려해야
RCM의 유럽담당 수석투자전략가는 "경기 부양을 위해 QE3가 단행될 수도 있겠지만, 굳이 이번 주 금요일에 그런 대책이 언급될 것이라고 기대할 이유는 없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연준이 지금 당장 QE3 도입을 예고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이미 최근 예상치 못했던 경기 둔화와 시장의 압력에 굴복해 2013년까지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고 약속까지 해버린 마당이다.
문제는 시장이나 정치권 나아가 해외까지 비판이 만만치 않다는 데 있다.
정치권에서는 공화당 의원들이 선거 기간에 완화정책을 구사하는 것은 .반역행위'라거나 거래가 투명하지 않다고 공세를 보였으며, 투자자들이나 학계에서는 과연 2차 양적완화가 주가만 부양했을 뿐 고용시장과 경기를 살리는데 도움이 얼마나 되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나아가 중국 등은 미국의 양적완화에 따른 달러화 가치 하락 그리고 이에 따른 신흥국으로의 자본유입에 따른 부담에 대해 우려하고 또 미국에 불만을 내놓고 있다.
결국 QE3가 다시 인플레 압력을 높이고 경제성장세를 지원하는데 실패할 것이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 잭슨홀에 아무런 기대가 없는 것은 더욱 비현실적
한편, 잭슨홀에서 아무런 버냉키의 경기 부양 의지를 읽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가장 비현실적인 일이다.
버냉키 의장은 이번에도 경제와 금융시장이 악화된다면 지원하고 나서겠다는 의지를 확인하고 또 쓸 실탄도 비축되어 있다는 점을 시사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태도는 연준 내 반대파의 지지도 끌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시간을 버는 전술이다.
이와 관련해 D.A. 데이비드슨의 프레드 딕슨 시장전략가는 "QE3가 아니라고 해도 이미 연준의 정책기조는 충분히 수용적이며, 2.8조 달러에 달하는 대차대조표 내의 자산의 만기 재투자 의지는 사실상 '스텔스 QE3'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정책 방안을 언급하지 않으면 월가는 단기적으로 크게 출렁거리고 달러화의 랠리가 유발될 수 있다. 재무증권 가격이 급락하면서 금리가 반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월가의 비이성적인 연준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이와 함께 해소될 것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잭슨홀과 관련해 분명한 것 3가지는 강세론자나 약세론자가 크게 놀랄 수 있다는 점, 이번이 향후 몇개월 동안 미국 증시의 향배를 가늠하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잘 대응하면 짭짤한 수익도 건질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시장이 기대하는 호재를 얻었을 경우 나스닥이나 러셀2000 등 빠르게 움직이는 지수를 잡거나 달러화 약세 및 금 가치에 베탱하는 펀드에 주목하면 되고, 그 반대의 경우 미국 증시의 반대로 움직이는 인버스 펀드나 미국 재무증권 펀드, 또 스위스프랑과 일본엔에 노출된 펀드를 매수해야 한다.
물론 이건 말로 하는 충고일 따름이며, 투자의 세계는 좀 더 복잡할 수도 있다.
[뉴스핌 Newspim]김사헌 기자(herra7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