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원병 선거 집중->원내 입성->정치 세력화 시도
[뉴스핌=노희준 기자]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는 11일 노원병 출마 기자회견에서 신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구체적 로드맵 대신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의견은 내놓았다. 신당 창당론과 관련, 속도조절에 나선 것이지만 정치세력화의 깃발은 분명히 내걸은 것으로 평가된다.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 |
안 전 교수가 구체적 신당 창당과 관련한 로드맵을 발표하지 않은 것은 우선 노원병 선거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도 때문으로 보인다. 창당이 결국 정치 세력화라는 점에서 안 전 교수 자신이 먼저 국민의 선택을 받아 세력화의 물꼬를 터야 하기 때문이다.
안 전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금 현재 가장 중요한 건 노원 주민들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거기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 현재는 당면한 선거에 집중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안 전 교수의 말처럼 현실적으로 노원병 선거는 대선후보였던 안 전 교수 입장에서도 그리 녹록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보궐선거는 통상 평일에 치러져 투표율이 낮은 데다 투표율이 낮으면 조직 선거가 뚜렷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거대정당의 조직적 뒷받침이 없는 안 전 교수로선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두달 안에 치러지는 선거라 정권심판론이 작동하기도 어렵고 관망하는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이 큰 것도 안 전 교수에게 부담 요인이다. 야권 후보들이 각자도생에 나서고 있어 구도상으로도 유리하지 않다.
'안방 사수'에 나선 진보정의당의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정의로운 새 정치'를 내걸며 후보로 나선 김지선 씨는 10일 기자회견에서 "국회의원 수를 줄이는 것이 새 정치이냐"며 안 전 교수를 겨냥하기도 했다.
최근 민주통합당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 전 교수는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와 별로 차이가 없는 1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안 전 교수도 측근들의 타 지역 재보궐 선거 출마 가능성에 "현재로선 노원병 선거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안 전 교수는 또 신당 창당을 그리면서 제1야당인 민주당의 차기 전대가 오는 5월 4일로 예정돼 있는 것도 고려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 전대에서 지난 대선을 주도했던 주류와 비주류가 어떤 성적표를 얻느냐에 따라 민주당의 원심력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5.4 전대에서 주류가 패배할 경우 원심력은 작아질 수 있지만, 주류가 당권을 거머쥔다면 비주류의 이탈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안 전 교수와 비주류 간의 거리가 좁혀지게 되는 셈이다. 안 전 교수가 신당 창당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시기 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안 전 교수는 일단 노원병 선거에 집중하면서 원내 입성에 사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민주당의 전대 결과와 박근혜 정부 초기 정국 흐름을 보면서 야권간의 경쟁을 통해 야권 새판짜기의 주도권 장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안 전 교수도 "만약 주민들이 선택해준다면 여러 좋은 기회, 뜻을 같이 하는 분들과 함께 일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해, 원내 입성 후에는 정치 세력화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지난 대선에서 안 전 교수가 설정했던 탈이념적 중도와 여야를 가리지 않는 무당파 층을 대상으로 이에 동의하는 여야 의원들과 광범위하게 접촉하면서, 안철수 정치의 장을 넓혀가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안 전 교수는 이날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이 공전되는 상황과 관련, "한쪽은 양보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어느 한쪽에서 대승적 차원의 정치력을 발휘해서 먼저 모범적으로 (양보)하는 쪽이 국민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를 모두 겨냥하는 듯한 발언이다.
안 전 교수가 원내 입성과 함께 신당 창당의 신호탄을 쏘아올릴 경우 민주당으로선 심각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대선 이후 3개월 정도가 지났지만, 아직 뚜렷한 당의 혁신과 쇄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지리멸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 전 교수가 원내 입성에 성공하고 창당의 깃발을 들어올린다고 해도 의원들이 섣불리 이탈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다음 총선이 3년이나 남은 상황인 데다 정치인 안철수의 성공가능성이 증명된 것은 아직 없기 때문이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