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강소연 기자] 영화 촬영지인 부산 범일동 일대에는 ‘친구의 거리’가 생겼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우리 친구 아이가”를 외치며 소주 한잔을 걸쳤다. 그야말로 2001년 전국은 ‘친구’ 열풍에 휩싸였다.
그리고 12년이 지난 지금,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2’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이만하면 만족할 만한 시작이다. 개봉 사흘 만인 17일 자정 100만(배급사 기준) 관객을 돌파했다. 역대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중 흥행속도가 가장 빠르다.
사실 개봉 하루 전인 13일 오후, 이미 ‘친구2’의 예매율은 40%를 훌쩍 넘었다. 마주한 곽 감독의 휴대폰에도 안도(?)의 문자들이 쇄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친구’와 정면 대결을 앞둔 그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오히려 이게 거품은 아닐까 걱정이죠. ‘친구’에 대한 기대와 선호가 있을 거 아닙니까. 그래서 영화를 보고 실망하면 어떡하나 싶죠(웃음). 한 때 신드롬에 빠지게 했던 영화와 경쟁하는 거잖아요. 지금 제 경쟁상대는 다른 영화가 아닌 ‘친구’예요. 서른다섯의 저와 승부를 하는 거죠. ‘친구2’가 ‘친구’를 이기는 거 쉽지 않을 겁니다. ‘친구’ 이놈의 자식(웃음).”
‘친구2’에는 반가운 얼굴이 많이 등장한다. 전편에 이어 배우 유오성이 부산 건달 이준석 역을 맡았고 배우 정호빈, 기주봉도 합세했다. 여기에 영화 ‘사랑’(2007)을 통해 곽 감독과 인연을 맺은 배우 주진모와 ‘라이징 스타’ 김우빈이 출연, 이야기에 힘을 보탰다. 누가봐도 완벽한 캐스팅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곽 감독의 노고가 숨어있다. 그는 이번 캐스팅은 구걸에 가깝다며 웃었다.
“(유)오성이 뿐 아니라 (주)진모도 엄청나게 괴롭혔어요. 자꾸 하지 않는다고 해서 쫓아다니면서 하자고 했죠. 정말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이 영화를 같이 찍어야겠다는 마음이었어요. 사실 장소 헌팅할 때도 부탁 많이 했습니다. 마음에 드는 곳이 나타나면 자존심도 버렸죠. ‘친구2’에서 전 조감독이라고 생각했어요. 조감독이면 감독을 위해 뭔가 해야 하잖아요. 정말 하루하루 되게 열심히 했죠. 마지막에는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였어요(웃음).”
곽 감독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 시사회 후 곽 감독이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는 ‘향수의 부재’였다. 애초 곽 감독은 ‘친구2’를 통해 추억을 곱씹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전편의 여파일까. ‘친구’만이 줄 수 있는 향수를 그리워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았다.
“그럴 수 있죠. 사실 성훈의 학생 때 분량을 찍어놓은 게 있었어요. 추억할 수 있는 부분이죠. 근데 결국 영화의 스피드를 선택하는 바람에 대거 덜어냈어요. 성훈의 이야기를 많이 할수록 준석과 진행이 늦어지는 거죠. 요즘 관객들은 스피드가 조금만 늦으면 굉장히 힘들어하더라고요. 그들이 자세를 고쳐 앉기 전에 빨리 다음 이야기가 진행돼야 두 시간 동안 집중도를 유지합니다. 어떻게든 제 영화에 집중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그런 선택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죠.”
이제 무얼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그냥 빨리 글 쓰러 가고 싶다며 웃었다. 평소처럼 아침 일찍 책상 앞에 앉았으나 긴장감 탓에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벌써 열 편째 영화를 만들어낸 베테랑이지만 떨리는 마음은 신인과 매한가지. 물론 영화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 역시 신인감독 못지 않았다. 욕심 많은 곽 감독은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성공한 사람의 과정, 방식, 철학은 다 다르지만 딱 하나 공통점이 있습니다. 낙관주의자라는 거죠. 그건 모든 성공한 사람들이 똑같아요. 저는 그 말을 굉장히 공감하고 믿습니다. 그래서 어떤 실패나 좌절이 오면 일단 좋은 쪽으로 생각해요. 영화 할 때 힘든 일이 와도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오케이. 일이 다 쉬우면 어떻게 좋은 영화가 나오겠냐. 끝까지 잘하라고 어려운 거니 감수하자’ 싶죠. 사실 지금 세 작품 정도 쓰고 있어요. 여기에 이야기 되고 있는 영화까지 총 네 편 정도 있죠. 이번 주 안에 한 작품을 결정하려고 합니다. 전 쉬고 싶진 않아요. 쉬면 뭐합니까? 근육에 힘 있을 때 하나라도 빨리 찍어야죠(웃음).”
“중호와 상택, 평범하게 잘살고 있겠죠?” ‘친구2’는 세 세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격변기 부산에서 변화를 받아들여야 했던 이철주(주진모), 고도성장 시대를 겪으며 끊임없이 뛰고 경쟁하며 살아온 이준석, IMF 시절 청소년기를 보낸 최성훈(김우빈). 곽 감독은 서로 다른 세 세대의 가치관을 한 영화에 담고 싶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친구’ 속 네 명의 친구 중 준석만이 영화에 등장한다. 팝송 ‘배드 케이스 오브 러빙 유(Bad Case Of Loving You)’ 속에서 함께 뛰던 죽마고우 중호(정운택)와 상택(서태화)은 어디로 간 걸까. “처음에는 중호와 상택 이야기도 썼어요. 함께 나와서 소주 한잔 하는 장면도 있었죠. 그런데 제가 성훈이 캐릭터에 빠지다 보니까 성훈과 준석, 두 사람의 이야기가 급하더라고요. 과거 사람들이 잠깐 나와서 얼굴비치는 게 사족 같았습니다. 이 이야기가 빨리 진행돼서 들어갈 틈이 없었죠. 처음 시나리오에서 중오는 여전히 횟집을 하고 있었어요. 상택이는 회사원이 돼 있었죠. 사실 제가 시나리오 쓸 때 (서)태화한테 부탁했거든요. ‘역할은 많지 않은데 출연 좀 해주겠니?’ 했더니 흔쾌히 그런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나중에 다시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했죠. 친구라 이해는 해줬지만 정말 미안했어요(웃음).” |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강소연 기자 (kang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