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강소연 기자] 진하고 향긋한 커피 향이 날 것 같다. 화를 내다가도 푸스스 웃어줄 것 같고 때로는 귀여운 애교도 보여줄 듯하다. 대중에게 각인된 배우 공유(34·공지철)의 이미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간 드라마와 영화, 각종 CF 속 모습이 (실로 어떨진 모르겠으나)실제인 냥 굳어버린 거다.
그런 그가 영화 ‘용의자’를 통해 첫 액션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기대 반, 의심 반이었다. 하지만 결과물은 꽤 괜찮다. 공유는 영화 ‘도가니’(2011)에 이어 또 한 차례 연기변신에 성공했다. 비극적 운명을 지닌 북한 최정예 특수요원 지동철로 거대한 이야기의 한가운데에 섰다.
쌀쌀한 겨울날 영화 홍보로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인 공유를 만났다. 가까이 마주한 그에게선 지적인 인상이 가장 먼저 풍겼다. 모든 질문의 답은 배우로서 책임감 혹은 소신으로 마무리될 만큼 몸담은 분야에 대한 철저한 직업의식으로 가득했다. 생각보다 굉장히 진중했지만, 결코 차갑진 않았다.
“사실 영화 포스터에 혼자 있는 것도 부담돼요(웃음). 소위 원톱 형태의 영화죠. 근데 제겐 어떤 작품보다 함께 한다는 느낌을 제일 많이 받은 작품이에요. 물론 극중 캐릭터들이 유기적으로 얽혀있거나 많이 부딪히진 않죠. 하지만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주변 동료들에게 가장 많은 에너지를 받았어요. 절대 혼자만의 영화가 아니죠. 감독님과 스태프들에게 공을 돌리고 싶어요.”
공유는 이 작품의 공을 스태프에게 돌렸지만, 제삼자의 입장은 좀 다르다. 만약 영화가 흥행한다면(혹은 그렇지 못하더라도) 거기에는 분명 공유도 꽤 큰 비중을 차지할 거라 자신한다. 공유는 주체격술부터 카체이싱, 암벽 등반과 한강 낙하까지 위험천만한 신들을 직접 연기했다. 대역을 마다하고 80m 절벽 한가운데에 매달렸고 한강 대교 18m 아래로 뛰어내렸다. 부드러운 이미지 뒤에 가려진 승부사 기질을 제대로 발휘했다.
“자극되고 신나는 일이었죠. 어떤 비주얼을 구현해 관객에게 궁금증과 신선함을 줄 수 있다는 설렘으로 영화를 찍었어요. 되게 멋진 일이죠. 물론 저도 사람이기에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끼기도, 두렵기도 했어요. 그런 의미에서는 배우로서, 남자로서 공포를 이겨내는 관문을 거친 영화였죠. 익스트림 스포츠를 하는 기분이었어요. 두려움을 넘어섰을 때 느끼는 아드레날린이 있었죠. 9개월 동안 촬영하면서 군대에서 훈련받는 기분이었어요. 다시 군대 가서 특수 훈련을 받고 제대한 느낌이랄까?(웃음)”
제작사도, 메가폰을 잡은 원신연 감독도, 그리고 출연배우들도 모두 부정했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영화에는 여성 관객을 위한 보너스 컷이 가득하다. 공유는 웃통을 벗고 완벽한 복근을 드러내는가 하면 카체이싱 장면에서는 한 손으로 핸들을 잡은 채 폭풍 후진을 시도한다. 그 와중에 조수석에 탄 유다인를 보호하는 매너도 잊지 않는다. 그야말로 순정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들이다.
“여전히 (여자들이)왜 한손으로 하는 후진에 열광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물론 여성들의 판타지를 의도한 건 아닙니다. 계단의 각도 등의 문제로 자세가 그렇게 취해질 수밖에 없어요. 사실 카체이싱은 차가 힘들지 제가 힘들진 않았죠. 저희가 이번에 할리우드 기술을 토대로 저희만의 장치를 만들었어요. 배우 입장에서 굉장히 획기적이고 연기할 때도 많은 도움을 받았죠. 또 만들어서 영화를 찍었다는 데 의의가 있어요. 그래서 카체이싱 장면은 저로서도 정말 재밌는 작업이었어요.”
‘처음 했다더니 액션도 좀 하는데’란 말을 듣고 싶어 이번 작품을 한 건 아니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영화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배우, 액션도 정말 잘하네’였다. 그는 스크린에서 거칠고 남성적인 면은 물론 가족을 잃은 한 남자의 감정을 마음껏 표출했다. 이렇게 완벽한데 왜 이리 늦게 보여준 걸까 싶을 정도로.
“제대하고 삼십 대 초반에 액션 제의를 많이 받았죠. 아무래도 남자배우가 군대 갔다 오면 상남자 냄새도 나고 예비역이란 이미지가 도움이 되니까요. 근데 전 오히려 지금 해서 좋았고 잘했다 싶어요. 연륜과 실제 경험에서 오는 게 있잖아요. 지금 제 나이가 ‘용의자’란 액션과 잘 맞아 떨어졌죠. 사실 배우가 멋진 게 실제 산 경험이 연기에 도움이 됨과 동시에 살아보지 못한 인생을 살면서 간접적으로 얻는 게 있어요. 제가 언제 부성애에 대해 이렇게 진지하게 생각해 보겠어요? 우스갯소리지만 제가 나중에 아빠가 됐을 때 아이에게 좀 더 부성애를 쏟지 않을까요?(웃음) 또 지금 달라진 것처럼 10년 후엔 어떨까 설렘도 있어요. 그래서 나이 드는 게 두렵지도 않아요.”
데뷔 12차, 주연을 맡았던 웬만한 작품은 모두 흥했고 공유는 매번 멋있었다. 하지만 그는 애초부터 연기를 멋있게 하거나 흥행배우가 돼야겠다는 데는 관심이 없었나 보다. 물론 작품이 잘 돼서 함께 고생한 스태프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은 누구 못지않게 간절하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상업적인 것에 치우치지 않는, 자신만의 감성을 간직한 배우가 되고 싶다.
“서서히 관객을 유도하고 싶은 마음이 있죠. 훈계하고 가르치겠다는 게 아니에요. 이 영화 좋으니까 봐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배우로 남고 싶습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차곡차곡 앞으로의 필모를 쌓아갈 거예요. 단순히 상업적인 것에 치우치는 게 아니라 관객들이 제 영화를 보고 이러한 감성을 느끼게 해줘서, 문화생활다운 문화생활을 했다는 생각을 하게끔 하고 싶어요. 그렇게 되려면 끊임없이 치열하게 고민도 해야겠죠.”
“쌓아둔 로맨틱한 이미지 아깝지 않느냐고요?” |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강소연 기자 (kang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