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조성사업 축소 불가피..입주민과 줄소송 가능성도 제기
[뉴스핌=최주은 기자] 경기도 시흥시에 조성될 예정인 서울대학교 캠퍼스가 예정대로 착공될 전망이다.
시흥캠퍼스 설치에 대해 서울대 학생들이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서울대와 시흥시가 맺은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은 이행 강제력이 있는 만큼 그대로 실행해야해서다.
다만 입주시설이 대폭 줄어드는 형태로 축소될 가능성은 지배적이다.
13일 경기도 시흥시에 따르면 시흥시는 이르면 내달, 늦어도 연내 정왕동 배곧신도시내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부지 조성사업을 시작한다.
시흥시 배곧공사과 관계자는 “서울대학교 캠퍼스 공사 시작을 앞두고 있다”며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지만 양측이 맺은 협약에 따라 지금은 사업을 전면 철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일부 학생들만 반발했지만 최근 반발이 전체로 확산된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사업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내달 시작된 시흥캠퍼스 조성공사는 우선 부지 조성을 촛점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도로와 각종 기반시설을 설치한다. 자세한 건축물 공사는 서울대 학내 이견이 마무리되면 추진될 전망이다.
서울대는 시흥캠퍼스에 강의동과 학생 기숙사와 교직원 아파트, 글로벌 융복합 연구단지, 특수목적 병원을 짓기로 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해 기숙형 대학(RC:residential college) 구상은 규모를 축소하거나 백지화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학생들은 시흥캠퍼스 조성사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10일 밤 본관을 점거하고 대학이 사업을 철회할 때까지 점거를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서울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시흥시와 사업 시공사가 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배제됐다”며 “그간 총학생회에서 대학본부에 시흥캠퍼스 반대 의견을 보냈는데 협의없이 실시협약이 체결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입장이 강경한데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도 학생들의 동의 없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사업이 백지화되거나 대폭 축소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대가 시흥시와 협약을 맺었기 때문에 사업이 백지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다만 사업 계획이 바뀌거나 대규모 축소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배곧신도시 개발 계획도 <자료=경기도 시흥시> |
상황이 이렇자 청약자들이나 입주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배곧신도시 한 입주 예정자는 “이 곳에 서울대학교를 비롯해 대규모 의료시설이 들어선다고 해 실입주겸 투자 용도로 아파트 청약을 신청했다”며 “서울대캠퍼스 계획이 무산되면 아무런 호재가 없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다른 입주 예정자도 “서울대 캠퍼스가 예정됐다는 얘기가 없었다면 이곳에 청약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중도금을 계속 납부해야 할지 시공사에 얘기해 청약을 취소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계약자들 사이에 동요가 일면서 시흥시를 비롯해 건설사들이 난처하게 됐다. 아파트 분양 당시 ‘서울대’를 적극 활용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흥시 홈페이지에는 '서울대 시흥캠퍼스 및 글로벌 교육 의료 연구단지'가 포함된 개발 계획도가 나와 있다. 이에 배곧신도시에서 아파트를 분양한 다수 건설사들은 서울대 캠퍼스 설립이 확정됐다는 식으로 광고를 했다. 특히 일부 건설사들은 또 협약 이전부터 서울대 컴퍼스를 분양 홍보에 적극 활용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대학교 캠퍼스가 배곧신도시에 들어선다는 가정하에 상업시설과 주거시설, 도로 등이 계획됐다”며 “캠퍼스 도입이 무산되면 도시 계획에 혼란을 비롯해 (예비)입주민과 시공사 사이에 소송 등 여러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학교는 시흥시와 지난 2009년 ‘서울대 시흥국제캠퍼스 및 글로벌 교육·의료산학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내용의 기본협약서를 체결했다. 배곧신도시 특별계획구역 91만여㎡ 가운데 교육·의료복합용지 66만2000여㎡를 시흥시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아 시흥 캠퍼스를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캠퍼스는 올해 하반기에 착공해 오는 2018년 3월부터 순차적으로 문을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4년 성낙인 총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사업은 재검토에 들어갔다. 일부 학생이 반발하자 성 총장은 전체 재학생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학생들의 동의 없이 시흥캠퍼스에 단과대학·학과를 이전하지 않는 것은 물론, 핵심 사업으로 거론됐던 의무형 기숙형대학(RC·Residence College) 역시 학생들이 원치 않으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