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쿠사마 야요이. Photo by Anna Fifield. Getty Images |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 일본의 여성미술가 쿠사마 야요이(88)의 개인 미술관이 공개됐다. 도쿄 신주쿠 지역에 들어선 미술관은 타워형의 지하 1층, 지상5층의 건물로, 일본의 쿠메 세케이(Kume Sekkei) 건축그룹이 디자인했다.
이 미술관의 건축안은 지난 2014년 이미 완성됐었다. 그러나 작가인 쿠사마 야요이측이 워낙 뮤지엄 건립을 천천히 진행해 이번 가을(10월1일)에야 문을 열게 됐다. 건물 가장자리가 곡선으로 처리된 미술관은 건물의 반쪽 면이 유리로 마감돼 안이 들여다 보이도록 설계됐다. 미술관 관장은 일본 타마 예술대학의 텐세이 타테바타 학장(사이타마미술관 관장)이 맡았다.
미술관 2,3층에는 쿠사마 야요이의 대형 회화와 조각, 오브제가 전시될 예정이다. 4층에는 쿠사마 야요이의 공간설치 작품인 ‘Infinity Rooms’이 조성되며, 대중들에게 널리 각인된 조형물작업도 설치된다. 꼭대기 층인 5층에는 작가의 사진과 자료를 모은 아카이브와 독서공간이 조성됐다.
쿠사마 야요이 미술관은 매년 두차례 기획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개관전으로는 ‘창작은 고독의 추구, 사랑은 당신을 예술에 가까워지게 하는 것(Creation is a Solitary Pursuit, Love is What Brings You Closer to Art)’이란 타이틀로 내년 2월25일까지 열린다. 지난해 런던 빅토리아 미로 갤러리에서 성황리에 선보였던 ‘나의 영원한 영혼’(My Eternal Soul)'이란 제목의 눈과 유기체 형상, 얼굴 등을 화려한 색채로 그린 근작 회화가 나온다. 관람료는 1000엔. 1시간30분씩 관람시간이 한정된다.
도쿄 신주쿠의 쿠사마 야요이 미술관. Photo by Masahiro Tsuchido ©Yayoi Kusama. |
일본 나가노의 부유한 종묘상 집안에서 태어난 쿠사마 야요이는 어린 시절 완고한 어머니로부터 심한 학대를 받으며 자랐다. 골방에 파묻혀 그림만 그렸던 그녀는 온 사방이 붉은 점으로 뒤덮이는 환각을 경험하는 등 일평생 정신질환에 시달렸다. 1957년 보수적인 일본 화단을 뒤로 하고 뉴욕으로 건너간 쿠사마 야요이는 1960년대 맨하탄에서 ‘Love in Festival’이라는 타이틀의 누드 퍼포먼스 등 도발적인 아방가르드 미술활동을 펼쳤다. 또 남성 위주의 세계를 신랄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비트는 다양한 팝아트 및 초현실주의 작업을 시도했다.
이후 정신질환이 심해져 도쿄로 돌아온 쿠사마 야요이는 정신병원 앞에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작업을 이어갔다.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 일본관에 특유의 호박 설치미술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고, 이듬해 일본 세토 내해의 나오시마 섬에 호박 조각을 설치했다. 이어 끝없이 반복되는 그물망 회화와 호박 연작들이 전세계적으로 소개됐고, 유리와 조명, 오브제로 이뤄진 ‘Infinity Rooms’ 작업으로 글로벌 스타작가 대열에 올랐다.
명품패션브랜드 루이 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마크 제이콥스는 쿠사마 야요이의 작업에 매료돼, 루이 비통과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쿠사마 야요이의 루이 비통과의 콜라보레이션은 기대에 다소 못미쳤다는 것이 명품업계 안팎의 평가다.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며, 지루하고 정형화됐던 루이 비통에 새로운 숨결과 변화를 불어넣었던 일본의 인기작가 무라카미 다카시와의 콜라보레이션에 비하면 여러모로 그 반향과 파급력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쿠사마 야요이는 그러나 21세기 들어 예술적으로 이름을 드높이고 있다. 휘트니미술관 개인전을 비롯해 테이트 모던, 워싱톤DC 허쉬혼미술관, 도쿄 국립신미술관 등 전세계 주요미술관에서 대규모 작품전을 가졌고, 올해도 미국및 캐나다, 핀란드 등에서 순회전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와 빅토리아 미로 갤러리 등 쟁쟁한 화랑이 그를 전속작가로 두고, 작품을 관리하고 있다.
미술전문 매체인 아트&옥션 등은 쿠사마 야요이를 ‘최근 10년간 가장 작품값이 많이 오른 여성작가’로 선정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의 회화와 조각은 10년새 평균 3배이상 오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