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 미국 기업 투자 성장률 6.1% 그쳐..전년 동기 7.2%에서 후퇴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지난해 말 트럼프 행정부가 전격 단행한 ‘전례 없는’ 세금 인하가 투자를 끌어올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폭적인 법인세 인하를 통해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하는 한편 경제 성장의 선순환을 도모한다는 의도가 빗나간 셈이다.
캐터필러의 중장비 <출처=블룸버그> |
트럼프 행정부는 법인세 인하에 따른 재정 부담을 경제 성장을 통한 세수 확충으로 채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연초 이후 기업의 투자 위축에 시장은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 1분기 국내총생산(GDP)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업의 투자가 연율 기준 6.1%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 7.2%에서 1.1%포인트 후퇴한 수치다. 또 2010년 이후 평균치인 5.0%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치다.
법인세가 35%에서 20%로 대폭 인하된 한편 에너지 부문의 투자를 가로막고 있던 유가 역시 강한 상승세로 반전한 사실을 감안할 때 실망스러운 결과라는 평가다.
세계 최대 중장비 업체인 캐터필러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자리에서 올해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캐터필러는 글로벌 경제 성장과 제품 수요 전망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지만 신규 투자는 역사적 저점에 머무는 실정이다.
상황은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다. 아메리칸 에어라인과 쓰리엠 등 상당수의 기업이 에너지 가격과 금리 상승을 빌미로 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 투자 확대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공화당은 법인세 인하가 미국 경제 성장에 불을 당길 것이라며 강조했다.
1분기 GDP 발표 이후에도 일부 공화당 의원은 축포를 터뜨렸다. 에릭 폴슨 의원은 공식 성명을 통해 “미국 경제가 개선되고 있고, 기업 투자가 강력하다”고 말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도 트위터를 통해 “기업 투자가 활발하고, 이는 세제 개혁에 적극 반응”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월가의 의견은 다르다. 세제 인하 효과가 투자 확대로 가시화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향후 전망 역시 불투명하다는 것.
AFP의 짐 카이츠 최고경영자는 1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법인세 인하를 둘러싼 낙관적인 기대가 기업의 투자를 부양하지 못했다”며 “무역전쟁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금리 상승이 경영자들의 발목을 붙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1분기 S&P500 기업의 투자 성장이 둔화된 데 반해 자사주 매입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법인세 인하가 주주들의 주머니를 채울 것이라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렸다.
이날 CNBC에 따르면 1분기 미국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430억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43%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