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소재문화재재단, 해외 박물관 소장 우리 문화재 복원
국립민속박물관이 보존처리…훼손 심해 전시는 3개월만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1909년 독일인 신부가 수집한 조선시대 남자 혼례복이 보존처리를 마치고 30일부터 내년 1월 27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 '새로운 자료와 보존처리' 코너에서 전시된다.
이번 전시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직무대리 김홍동)과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윤성용)이 해외 박물관에 소장된 우리 문화재를 국내로 들여와 보존처리를 진행한 결과물이다.
보존처리 후 [사진=국립민속박물관] |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전시하는 조선시대 혼례복은 1909년 도미니쿠스 엔스호프 신부가 수집했다. 독일 상트오틸리엔수도원의 총아빠스(수도원장) 노르베르트 베버(1870~1956)가 1925년 한국 체류 당시 연출·제작한 무성기록영화 '한국의 결혼식'에 등장하는 신랑이 입었던 단령이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지난 2016년 실태조사를 통해 독일 상트오틸리엔수도원 선교박물관에 무성기록영화에 등장하는 신랑·신부의 혼례복이 소장된 것을 파악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차미애 팀장은 "신랑의 단령은 장기간 전시된 데다 박물관의 수장고 시설이 열악해 직물 손상이 매우 심각한 상태"라고 밝혔다.
단령의 복원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단령은 꽤 있지만 유럽에 우리 복식 문화를 알릴 기회가 없다. 이번 보존 작업이 한국 전통 복식 문화를 보여줄 기회"라며 "20세기 초 독일인 신부가 한국서 찍은 영화에 단령이 등장하고 복식과 영상이 함께 있어야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보존처리 전 [사진=국립민속박물관] |
국립민속박물관이 해외 문화재를 보수 처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민속박물관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2018년 업무협약을 맺고 국립민속박물관 보존과학실에서 2년여에 걸쳐 보존처리를 진행했다.
오준석 국립민속박물관 유물과학과 보존과학실 학예연구관은 "보존처리에서는 단령의 겉감이 손상돼 있었다. 직물과 동일하게 새로 짠 보강용 직물을 자외선으로 약화시켜 염색한 후 손상과 결손 부위의 형태 보수에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단령이 처리 중 받는 스트레스를 최소화, 원형 유지를 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오 연구관은 독일 상트오틸리엔수도원 선교박물관으로부터 요청된 단령은 두 점이었고 이중 한 점은 훼손상태가 심각해 전시도 불가능한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민속박물관에 전시한 단령까지 총 두 점에 대한 보존 요청을 받았다. 두 점 모두 보존처리를 끝냈지만 한 점은 전시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언급했다.
이어 "보존 처리한 단령에 대해서는 독일에 가도 단기간 전시하길 권한다. 3개월 정도가 한계일 것"이라며 "직물이 빛에 의해 쉽게 손상되기 쉽기 때문이다. 현재 박물관에서도 56룩스 환경에서 3개월 정도 전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붉은색으로 표시한 것이 훼손된 부분 2019.10.30 89hklee@newspim.com |
보존 처리를 마친 단령을 전시로 이어가지 못하는 상황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도 안타까워했다. 이 관계자는 "단기간 전시를 하고 그 이후에는 단령 보존을 잘 할 수 있도록 온도, 습도, 조도 등 보관 지침에 대해 알려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훼손된 단령을 보존하기 위해 염색에만 박물관 예산 1500만원이 들었다. 오준석 학예연구관은 "최대한 단령과 비슷한 비단을 만들었다. 원형과 같은 비단으로 만드려면 수천 만 원이 든다"고 말했다.
이번 작업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미르치과 네트워크 후원금으로 재료를 지원하고 박물관이 보존처리 작업을 담당하는 등 양 기관의 협업으로 진행돼 의미가 있다.
단령의 보존처리를 통해 밝혀진 내용은 오는 11월 발간 예정인 '독일 상트오틸리엔수도원 선교박물관 소장 한국 문화재'(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게재될 예정이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