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 작년 적자 41% 축소...일반 회계기준 매출도 35% 신장
관건은 연간 흑자 달성 여부...대규모 적자는 상장 걸림돌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티몬이 지난해 적자를 크게 줄이면서 내년 코스닥 상장 가능성에 유통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관건은 올해 연간 흑자를 기록할 수 있느냐다. 지난 3월에 월 단위 흑자로 돌아선 만큼 실적 개선에 청신호는 켜졌지만 '적자 기업'이라는 타이틀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티몬이 이러한 난관을 뚫고 기업공개(IPO)에 성공한다면 이커머스 업계 최초로 1호 상장기업으로 우뚝 서게 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부정적 시각이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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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원 티몬 대표 [사진=티몬] |
◆티몬 작년 적자 41% 축소...매출도 6721억
6일 업계에 따르면 티몬의 지난해 적자 규모는 753억원이다. 1년 전인 2018년보다 41% 감소한 수치다.
매출도 지난해 175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직접 물류사업을 중단한 손익이 반영된 수치이다. 매입매출 기준이 아니라 수수료·광고비 등으로 산정한 결과치인 것. IPO를 준비하고 있는 티몬이 보수적인 기준의 실적 공개로 전환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단사업 손익이 반영되기 전 기준인 일반기업 회계기준으로 티몬의 지난해 총매출액을 따져보면 전년보다 35.2% 신장한 6721억원이다.
티몬 측은 지난해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에 대한 체질 개선에 나서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슈퍼 마트 등 직접 물류 사업을 과감히 중단하고 본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타임커머스에 집중한 덕분이다.
타임커머스는 일정 시간에 특가상품을 선보여 고객의 구매를 유도하는 판매방식이다. 단시간 내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제공해 폭발적인 판매량과 강력한 홍보 효과를 내는 것이 이점이다.
올해 3월에 티몬이 월 단위 흑자로 돌아선 것도 타임커머스가 주효했다. 지난 3월 티몬은 1억600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창사 10년 만에 첫 흑자 달성이다. 티몬은 소셜커머스로 출발한 쿠팡과 위메프 중에서 흑자를 낸 최초의 기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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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티몬] 2020.04.02 nrd8120@newspim.com |
◆내년 상장 기대감 '쑥'...증권사간 입찰 경쟁 분위기 달라져
티몬은 출혈 경쟁 탓에 창사 이후 줄곧 적자 행진을 이어왔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꾸준히 연간 1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내 '적자 기업'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하지만 작년에 적자 규모를 백억원대로 줄이면서 티몬이 목표로 제시한 '내년 코스닥 상장'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덩달아 커졌다.
주관 증권사 선정을 위한 입찰 초반에는 예상과 달리 증권사들의 반응이 미지근했다. 특히 대형 증권사들의 참여가 저조했다. '조단위 빅딜'에 증권사들이 소극적인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사들이 참여에 미온적이었던 것은 '풋백옵션' 영향이다.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할 경우 상장주관사는 '풋백옵션' 부담을 져야 한다. 상장 후 3개월 내 주가가 10% 이상 떨어지면 상장 주관사가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일반 투자자의 물량을 되사야 하기 때문. 상장을 하더라도 흑자를 계속 유지하지 않으면 주관사가 부담을 져야 하는 탓이다.
하지만 올해 월 단위 흑자로 돌아서면서 시장의 반응은 사뭇 달라졌다.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대신증권, 신한금융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은 대부분 입찰에 참여해 경쟁이 뜨거웠다.
티몬은 지난달 대표 주관사로 미래에셋대우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IPO 준비에 돌입했다. 회사 측은 내년 상장을 목표로 상장의 구체적인 방법과 세부 일정 수립 등을 위한 실무 협의에 착수한 상태다. 올해는 IPO 준비를 위해 외형을 키우기보다 수익성을 높여 내실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연간 흑자 가능성이 관건...적자 내는 사업구조는 걸림돌
문제는 올해 연간 흑자 가능성이다. 티몬은 자본금 60억원, 자본총계 -5506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을 벗어나지 못했다. 수년째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코스닥에 상장할 경우 '테슬라 상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자본잠식 여부가 심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데다 적자 기업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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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몬 매출과 영업손실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20.05.04 nrd8120@newspim.com |
테슬라 상장은 적자 기업이지만 성장성만 담보되면 코스닥 시장 입성 기회를 주는 특례상장 제도다. 시가총액이 500억원 이상인 기업 중 ▲직전 연도 매출이 30억원 이상에 최근 2년간 평균 매출 증가율 20% 이상이거나 ▲공모 후 자기자본 대비 시총이 200% 이상 조건을 충족하는 적자 기업이 해당된다.
지난해 순매출로 따져봐도 1000억원이 넘고 최근 2년간 평균 매출 증가율이 30%를 웃돌아 상장 요건은 충족한다.
다만 지난해까지 누적 적자가 무려 8420억원에 달할 만큼 고질적인 적자 구조를 갖고 있는 점이 상장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적자를 내는 사업구조 안에서 흑자 기조를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에 상장하려면 재무구조가 탄탄해야 한다. 하지만 티몬은 작년에 적자를 크게 개선하긴 했지만 연간 적자가 700억원이 넘는다.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재무 건전성도 문제"라며 "적자 규모를 개선하지 않으면 테슬라 상장도 어렵다고 본다. 8000억대 적자를 낸 기업이 미래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티몬이 상장을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7년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대규모 적자 기업인데다 흑자 전환을 이뤄 적자를 해소할 만한 여력도 없었기 때문. 당시 한국거래소 측도 핵심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도 아니고 대규모 적자가 있는 유통기업에 테슬라 상장 요건을 적용해도 되는지에 대해서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 상장을 위해서는 다른 이커머스 업체와 차별화된 기술이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티몬이 하고 있는 타임커머스는 이커머스 업체들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롯데온이 이번에 선보인 타임딜도 타임커머스 일종이다. 현재로서는 테슬라 상장은 요원해 보인다"고 했다.
nrd812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