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경직적이고 수직적이기로 유명한 일본 재계에서 코로나19(COVID-19) 이후 시대를 위해 노동시장의 혁신적 구조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나카니시 히로아키(中西宏明) 게이단렌(일본 경제단체연합회) 회장은 19일(현지시간) 보도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이후 세계경제는 소매, 엔터테인먼트, 여행 산업의 노동자들이 다른 산업으로 대거 이탈하는 것을 목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카니시 히로아키(中西宏明) 게이단렌 회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히타치제작소 회장이기도 한 나카니시 회장은 각국 정부가 기업들을 생존시키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일시적 지원으로부터 근본적 경제 구조조정으로 목표를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경제가 V자를 그리며 급격히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축소되고 일시적 해고가 영구적 해고로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나카니시 회장은 코로나19 위기 이후 다음 단계에 착수할 필요성을 지적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기업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온 게이단렌의 회장으로서는 이례적 발언으로, 코로나19로 기업 도산이 늘어날 것이라는 현실과 재계의 생존을 위해 혁신적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장기화 된다면, 일자리가 복구되지 않을 부문의 노동자들이 직업을 바꾸도록 지원하고 장려하는 것이 정부의 필수 임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재정적 지원은 필수적이지만, 위기가 길어질수록 각국 정부는 기업 살리기보다 경제의 구조변화를 유도하는 데 더욱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힘으로 1년 정도는 기업들을 도울 수 있겠지만 위기가 2~3년 지속되면 정부로서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나카니시 회장은 문어발식으로 확장된 히타치 그룹을 합병 및 매각 등 구조개혁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게이단렌 회장으로서 일본의 코로나19 대응에 중심 역할을 하며, 일본 정부의 정책 수립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앞서 게이단렌은 각 업계 단체들에 제시한 영업재개 가이드라인에서 주 4일 근무제도, 원격근무, 시차근무 등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과로 문화가 만연한 일본 사회에서는 이례적 움직임이다.
얼마나 오래 일하느냐를 업무 능력의 척도로 간주하는 일본 근로문화를 오랫동안 비난해 온 나카니시 회장은 더욱 유연한 근무시간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타니시 회장은 마지막으로 일본 정부가 코로나19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임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대응했다고 평가하고, 일본 전역에서 긴급사태 선언이 대부분 해제됐지만 일본 경제는 세계 경제의 건전성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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